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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 특검법’ 빼닮은 ‘최순실 특검법안’… 청와대 문턱 넘을까

중앙일보 2016.11.16 16:04
청와대 전경 [중앙포토]

청와대 전경 [중앙포토]


여야 3당이 합의한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특검법이 15일 국회에 제출됐다.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17일 본회의 상정이 예고된 상태다.

여야 국회의원 209명이 서명한 ‘최순실 특검법’은 수사팀 규모나 수사 기간 측면에서 역대 최고 수준인 ‘슈퍼 특검법’으로 불리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허점이 적지 않다.

법조계에선 권력 핵심과 주변인을 파고들어야 하는 수사 성격상 특검법안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슈퍼 특검?’....검찰 수사본부보다 규모 작아
현직 대통령 일가가 수사 대상에 올랐던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 특검법'과 ‘최순실 특검법안’은 특검 자격이나 수사팀 규모 등에서 숫자만 달라졌을 뿐 규정 체계가 비슷해 ‘쌍둥이 특검법’으로 불린다.

2012년 9월 3일 국회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자금 출처와 매입 과정 등을 수사하는 ‘내곡동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수사 대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를 비롯한 대통령 일가와 청와대 경호처 등이었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준비 기간을 포함해 최장 55일간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대통령 선거일 전에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정치권의 합의가 반영된 규정이었다.

반면 ‘최순실 특검법’은 수사 기간이 최장 120일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직전 또는 그 이후까지 특검팀이 활동하게 된다.

내곡동 특검과 최순실 특검은 야당 추천 후보가 특검에 임명되는 것은 같지만 특검 자격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내곡동 특검법은 법조경력 7년 이상의 변호사 가운데 특검을 임명하도록 했다.

그러나 최순실 특검법안은 15년 이상 판검사를 지냈던 변호사가 특검을 맡도록 해 ‘재야 변호사’의 특검 임명을 원천 봉쇄했다.

특히 최순실 특검법안은 판사 검사 등 공직을 떠난지 1년 미만인 변호사는 특검에 임명할 수 없도록 한 내곡동 특검법 조항을 그대로 가져와 특검 후보군을 지나치게 좁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순실 특검법안에 규정된 수사팀 규모를 놓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특검법안에 따르면 파견검사 20명과 수사관 40명 등 대규모 수사팀을 꾸릴 수 있도록 했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처와 기업, 일반인까지 수사해야할 특검팀 규모로는 작다는 것이다.

현재 가동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파견된 검사만 30명이 넘는 것과 비교하면 수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압수수색 별도 규정 없어 실효성 의문
대통령 연설문 유출과 국정 개입 의혹 등 ‘최순실 특검법’의 주요 수사 대상은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 핵심부다. 그러나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압수수색과 관련된 특검법 규정이 부실해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순실 특검법안 6조 6항은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군사법원법」과 그 밖의 법령 중 검사와 군검찰관의 권한에 관한 규정은 이 법의 규정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특별검사의 경우에 준용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4년전 내곡동 특검법 6조 6항과 조사까지 가져온 ‘복사 규정’이다.

문제는 특검의 강제수사권과 관련해 형사소송법 제110조의 군사상 기밀과 압수, 제111조 공무상 기밀 압수수색 제한 규정에 대한 예외 조항을 설정하지 않았다.

이들 규정에 따르면 공무상 기밀이나 군사 비밀의 경우 압수수색을 받는 쪽에서 승낙하지 않으면 사무실 등에 들어가 자료를 확보할 수 없다.

최순실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지난 10월 30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실패한 것도 이 규정 때문이다.

앞서 ‘내곡동 특검팀’도 2012년 11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청와대 강제수사에 나섰으나 청와대의 거부로 제3의 장소에서 관련 문건을 넘겨받아야 했다.

당시 특검팀은 ”청와대로부터 자료를 임의제출 받았지만 충분하지 않아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집행불능 상태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5일 논평을 내고 ”특검 수사대상의 특성상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조항을 반드시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사 대상인 대통령이 특검 임명... ‘모순’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는 절차도 논란거리다. 최순실 특검법안 3조 4항은 ‘대통령은 제3항에 따른 특별검사후보자추천서를 받은 때에는 추천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추천후보자 중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 역시 ‘내곡동 특검법 3조 4항’과 조사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내용이다.

그러나 내곡동 특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았으나 이번 최순실 특검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의혹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수사 대상’이 ‘수사 주체’를 임명하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각각 1명씩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 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는 구조여서 청와대의 의지와 전략에 따라 특검 수사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최장 30일간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조항도 손을 볼 필요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검법안 9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수사기간 승인 여부를 특별검사에게 통지해야 하고, 승인을 얻지 못하면 그대로 수사는 종료되기 때문이다.

2012년 내곡동 특검 당시에도 청와대가 수사 기간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됐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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