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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 대통령, 총수 독대 때 ‘민원성 현안’도 들었다

중앙일보 2016.11.16 03:00 종합 1면 지면보기
지난해 7월 말 박근혜 대통령이 7개 그룹 총수들과 독대하기 직전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들에 ‘각 그룹의 당면 현안을 정리한 자료’를 내달라고 요청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종범 “자료 내라” 사전 요청
재단 모금 문제와 동시에 논의
검찰, 제3자 뇌물죄 적극 검토

검찰은 박 대통령이 총수들과의 개별 면담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문제와 함께 이 자료에 담긴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눈 단서를 확보했다.

최순실(60·구속)씨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근 안 전 수석의 자택과 집무실 압수수색에서 이런 내용이 적힌 자필 메모를 찾아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현안이라는 건 기업들의 민원, 즉 숙원사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기업들이 회사 현안을 논의한 후 두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것으로 보고 박 대통령과 해당 기업들에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혐의는 공무원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주도록 요구할 때 성립한다. 대통령과 독대한 7개 그룹을 포함해 17개 대기업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사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재계와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지난해 7월 24~25일 박 대통령과 7개 그룹 총수 간 단독 면담에 앞서 해당 기업들에 현안 자료를 요청했다. 기업들이 보내온 자료를 그는 메모 형태로 재정리했다. 검찰이 압수한 메모에는 ‘오너 총수의 부재로 인해 큰 투자와 장기적 전략 수립이 어렵다’(SK·CJ),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가 심하다’(삼성), ‘노사 문제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현대차)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독대에 참석한 총수들은 이재용(48)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몽구(78) 회장, LG 구본무(71)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64)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67) 회장, CJ 손경식(77) 회장, 김창근(66) SK수펙스협의회 의장 등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제공한 자료는 원활한 대화를 위해 안건을 정리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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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은 올해 3월 박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가진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을 이날 소환해 올해 5월 출연금과 별도로 K스포츠재단 측에 70억원을 줬다가 돌려받은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68·GS 회장) 회장도 지난 2월 박 대통령을 독대한 정황을 잡고 허 회장이 전경련 혹은 GS그룹 차원에서 두 재단 관련 지원을 논의했는지 조사 중이다. GS그룹은 지난해 말 두 재단에 42억원을 출연했다.

윤호진·서준석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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