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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찔린 검찰 “최순실 기소 완성할 마지막 퍼즐 빠졌다”

중앙일보 2016.11.16 02:07 종합 5면 지면보기
최순실씨 국정 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14일 검찰에 출석한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뉴시스]

최순실씨 국정 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 참고인 신분으로 14일 검찰에 출석한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뉴시스]

최순실(60·구속)씨의 구속 만기일(20일)에 맞춰 질주하던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불과 열하루 전(지난 4일 2차 대국민사과)만 해도 검찰과 특검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15, 16일 사이에 대면조사를 받으라’는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통보에 대해 15일 사실상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다.

대통령 조사 연기 요구에 난감
최순실·안종범·정호성 공소장에
대통령 역할 담으려는 계획 차질

법조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씨의 주 혐의는 안종범(57·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모해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사이 대기업들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을 받은 것(직권남용) 등이다. 검찰은 최씨의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이달 20일 이전에 최씨를 재판에 넘겨야 한다. 하지만 범죄 혐의를 담는 공소장을 완성시키려면 박 대통령과의 관계, 공모나 지시 여부를 파악해 포함시키는 게 필요하다. 검찰이 “수사 일정상 늦어도 16일까지는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고 했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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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최씨와 함께 재판에 넘기려고 하는 안 전 수석과 정호성(47·구속) 전 부속비서관의 공소장에도 박 대통령의 역할이 들어가야 아귀가 맞는다. 공소사실의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의혹의 마지막 퍼즐인 박 대통령 측이 조사시기 조정과 서면조사를 요구하면서 검찰의 수사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조사를 마친 뒤 15일 새벽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조사를 마친 뒤 15일 새벽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지금까지 최씨 등의 국정 농단 의혹 수사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 현 단계에서 진상 규명을 위해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요일(16일) 조사가 어렵다면 목요일(17일)도 가능하다”고 한 발 물러섰다.

검찰 수뇌부의 속은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저렇게까지 나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주요 피의자인 최씨 등 3명에 대한 기소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지방검찰청 2개 청 규모 인원이 투입된 특수본의 동력도 적잖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못한 미완의 공소장을 법원에 낸 뒤 여론의 비난에 시달릴 수 있다. 여야가 합의한 특검의 출범이 12월 초로 예정돼 있는 점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검찰은 최씨 체포 이후 불과 보름여 만에 박 대통령 조사에 나섰다. 이는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핵심 혐의인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강요미수, 공무상비밀누설 등에 대한 입증의 자신감과 박 대통령의 개입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대통령 부탁으로 연설문 표현 등을 봐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 지시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여했다. 대통령이 재단 사업을 세세하게 챙겼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의 출연금을 받아낸 것은 대통령의 지시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면서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정 전 비서관에게선 “대통령이 최씨에게 (청와대) 문서를 보여주고 의견을 들으라고 지시했다. 오랜 관계를 고려해 문건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집에서 확보한 휴대전화에서 박 대통령과 통화하거나 최씨와 통화한 녹취 파일을 확보했다.

이런 진술과 정황들은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고는 사건의 실체라는 퍼즐을 맞추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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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국정 농단 의혹이 제기된 이후 늑장을 부리던 검찰이 급하게 수사하다 제동이 걸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너무 급하게 추진하다가 우스운 모양새가 됐다”고 꼬집었다.

오이석·윤호진·김선미 기자 oh.i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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