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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개 협력회사 바지사장 세워…신용불량자 이영복, 570억 횡령”

중앙일보 2016.11.16 01:43 종합 14면 지면보기
부산 해운대관광리조트(엘시티) 개발사업을 둘러싼 이영복(66) 청안건설 회장의 횡령수법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검찰 “가짜 계약서 꾸며 거액 대출”
빼돌린 돈으로 아파트 4채 계약도

검찰은 지난 12일 구속된 이 회장이 청안건설 박수근(53·구속 기소) 대표와 공모해 570억원가량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사용처와 로비자금의 흐름을 추적 중이다. 시행사가 인수하거나 계약한 10여 개 협력(용역)회사가 횡령과 비자금 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윤대진 부산지검 차장검사는 15일 “횡령한 돈의 용처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일부 횡령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법 테두리 안에서 일했다. 알고 지낸 사람과 밥 먹고 술 마신 게 전부다. 로비라고는 모른다”며 로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의 엘시티PFV는 20개 회사가 지분을 공유한 컨소시엄이다. 20개 회사는 재무투자를 맡은 4개 은행과 5개 대기업 건설사, 8개 부산 지역 건설업체 등 17개사와 사업추진을 맡은 청안건설 등 3개 전략투자 회사로 구성돼 있다. 컨소시엄의 주간사는 27% 지분을 보유한 청안건설이다. 청안건설 등 3개 전략투자사의 실소유주가 이 회장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시행사와 청안건설에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다. 단지 오너(실소유주)로서 엘시티 사업 전반을 지휘했다. 1996년 부산 다대·만덕지구 택지개발사업 등을 하면서 1500억원이 넘는 빚을 져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서다. 신용불량자란 얘기다.

이 회장은 2007년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뒤 분양대행·컨설팅·설계·설비 등 각종 협력회사를 인수·설립하거나 기존 회사와 계약하는 등 10여 곳을 동원해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협력회사에는 청안건설 임원을 파견하거나 ‘바지사장’을 내세워 사실상 경영을 지배했다.

횡령수법을 보면 2009년 4월 종합건축사무소를 인수해 운영하면서 이 회사 명의로 엘시티와 용역계약을 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은행에서 용역대금이 들어오면 이를 청안건설의 운영비 등으로 쓰는 식이다. 2015년 아파트 상당수가 분양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신탁회사에서 분양대행 수수료를 받아 챙기거나 용역회사 이름으로 용역계약을 한 것처럼 속여 군인공제회 등에서 거액을 빌리는 수법도 썼다. 이 회장은 이런 돈의 일부인 6억원으로 엘시티 아파트 4채를 가족 명의로 계약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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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설업계 인사는 “시행사가 협력회사에 ‘용역단가 부풀리기’나 자금 지급조건을 좋게 한다며 ‘단가 후려치기’로 차액을 빼돌려 횡령하거나 비자금을 만든다 ”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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