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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까마귀떼, 울산 주민생활 바꿨다

중앙일보 2016.11.16 01:22 종합 21면 지면보기
15일 오전 7시 환경단체 회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까마귀 배설물로 더러워진 차를 닦고 있다. [사진 최은경 기자]

15일 오전 7시 환경단체 회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까마귀 배설물로 더러워진 차를 닦고 있다. [사진 최은경 기자]

15일 오전 7시 울산 남구 삼호동 와와공원에 울산의 환경단체 회원과 삼호동 주민들로 구성된 9명의 ‘세차단’이 모였다. 이들은 2012년부터 까마귀가 모이는 11월 초~3월 중순에 매일 두 시간씩 까마귀 배설물로 더러워진 차를 닦아주는 봉사활동을 한다. 신원석(59) 울산자연환경협의회 부회장은 “태화강 삼호대숲과 가까운 삼호·태화동 일대 차 320여 대를 세차해주자 까마귀에 대한 주민 불만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남구 철새마을 조성 주민 인식 바꿔
빨래·환기는 먹이 찾으러 간 시간에
주민 9명 모여 분변 세차 봉사활동
철새관광 게스트하우스 단지도 조성

10여 년 전부터 매년 10월 말이 되면 까마귀 수만 마리가 태화강 삼호대숲을 찾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7일 떼까마귀와 갈까마귀 3만 여 마리가 삼호대숲 철새공원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배설물·소음 문제로 민원이 빗발쳤던 과거와 달리 최근 까마귀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도 까마귀 일과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삼호동 주민 최경숙(60)씨는 “오전 6시에 먹이를 찾으러 나갔다 오후 4시에 돌아오는 까마귀의 습성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며 “까마귀가 자리를 비운 시간에 환기하고 빨래를 널어 예전처럼 피해를 볼 일이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둥지로 돌아가는 까마귀들의 군무를 보려고 저녁 산책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그 모습이 장관이라 이제 까마귀가 안 오면 서운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싫었지만 정이 들어 삼호대숲을 ‘까마귀 게스트하우스’라고 부른다”며 “까마귀와 함께하는 지혜를 찾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울주군 범서읍 주민들은 먹이를 찾기 어려운 겨울철에 까마귀에게 볍씨를 챙겨주기도 한다.

주민들의 인식이 바뀐 데는 지자체의 노력이 한 몫 했다. 울산시 남구는 지난 3월 52억원을 투입해 와와공원 주변을 철새마을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새전망대와 철새학교 등을 짓고, 주민을 위해 삼호동 주택 500여 가구 옥상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준다. 까마귀를 보러오는 관광객을 위해 게스트 하우스단지도 조성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내년 2월 까마귀떼 군무를 주제로 태화강에서 세계 조류 전문가 200여 명이 참가하는 ‘아시아 버드페어’를 개최할 계획이다.

글, 사진=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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