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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만든 ‘청춘택배 자판기’ 단돈 500원에 연애·취업 고민 해결

중앙일보 2016.11.16 01:18 종합 21면 지면보기
심리상담 청춘택배를 운영하고 있는 청년창업기업 니얼유 이정환(왼쪽) 대표와 박진정씨. [프리랜서 김성태]

심리상담 청춘택배를 운영하고 있는 청년창업기업 니얼유 이정환(왼쪽) 대표와 박진정씨.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14일 오후 2시 대전시 유성구 충남대 중앙도서관 1층. ‘청춘택배’라고 쓰인 자판기에 학생들이 500원을 넣자 담배곽 모양의 상자가 나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기존 담배자판기, 음료수 자동판매기와 다를 게 없다.

충남대 심리학과 학생 2명이 만들어
글·그림·비타민 등 ‘맞춤형 위로’
자판기 통해 하루에 50~60개 팔려

자판기에서는 20개의 상자를 선택할 수 있다. 상자 겉면에는 ▶장래 희망은 취업님 ▶다 나가 혼자 있고 싶어님 ▶할 일은 내일로님 ▶무기력 포텐님 ▶연애쫄보님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상자 안에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전문 심리상담가의 글과 그림, 웹툰 작가의 그림, 비타민·사탕 등이 담겼다. 상자를 고른 이용자는 글과 그림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한다.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한 학생은 “일주일에 한 번쯤 마음이 우울하거나 답답할 때 이용한다”며 “학생들은 청춘택배를 ‘500원의 행복’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청춘택배 자판기는 충남대 청년창업기업 ‘니얼유’(Near You)가 만들었다. 니얼유는 충남대 심리학과 대학원생 이정환(30)씨와 학부생 박진정(24·여)씨 등 2명이 공동 창업했다. 이씨가 대표를 맡고 후배인 심리학과 재학생들이 돌아가며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을 돕는다.

니얼유는 지난해 7월 준비에 들어가 올 1월부터 본격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하루 50~60개씩 청춘택배을 팔고 있으며 매출은 매월 수백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오늘은 용기쭈그리로 뽑았다. 글귀랑 일러스트 넘나(너무나) 소장가치 백프로’ ‘사탕도 있고 커피쿠폰도 있고 좋은 글귀도 있어요’라는 후기가 올라와 있다.

니얼유 홈페이지(www.nearyou.kr)에서는 주로 직장인과 학부모가 상담한다. 입소문이 나면서 대전시내 백화점과 영화관 등과도 설치를 협의 중이다. 구청과 관공서, 청소년센터 등에서도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니얼유는 상자 안에 대학 근처 카페와 공방의 쿠폰·이벤트 등도 담았다. 긍정의 메시지에 뜻하지 않은 횡재(?)까지 얻은 이용자에게 두 배의 기쁨을 주기 위한 취지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지난 6월 충남대에서 열린 청년 토크 콘서트를 앞두고 청춘택배를 찾아 ‘월요일은 넣어둬’라는 상자를 골랐다. 본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샐러리맨이 겪는 월요병을 어떻게 치료할지 궁금해서였다고 한다.

청춘택배 이용자는 원하면 니얼유를 통해 전문가와 직접 상담도 가능하다. 니얼유는 대전지역 심리상담센터 50여 곳과 제휴했다. 청년과 직장인의 스트레스 관리, 커플 의사소통 집단 미술치료, 부모교육 등 분야도 다양하다. 이정환 대표는 “대학생들이 취업과 진로, 연애 등 청년들은 많은 고민이 있지만 위안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청춘택배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공감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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