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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욱 “두 윤아 사이서 미묘한 줄다리기 재미있었죠”

중앙일보 2016.11.16 01:13 종합 22면 지면보기
드라마 ‘더 K2’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지창욱은 “마지막 장면을 미리 스페인에서 찍었지만 그게 상상인지 실제인지 몰라서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새드엔딩이 더 좋다. 그게 슬픔에서 오는 카타르시스와 여운,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드라마 ‘더 K2’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지창욱은 “마지막 장면을 미리 스페인에서 찍었지만 그게 상상인지 실제인지 몰라서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었다”며 “개인적으로는 새드엔딩이 더 좋다. 그게 슬픔에서 오는 카타르시스와 여운,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여자를 잘 몰랐어요. 외동인데다 남중, 남고를 나왔거든요. 여자에 대한 환상, 여자는 이럴 거라는 생각은 있었어도 대학교 때 처음 여학생들과 다녔으니. 어떻게 친구들에게 다가가야 할 지, 묘한 불편함이 있었죠.”

“송윤아 선배와는 기싸움 느낌
윤아와는 알콩달콩한 분위기”
수려한 외모, 남성미로 중국선‘남신’
“이젠 로맨틱 코미디 해봤으면”

15일 인터뷰로 만난 배우 지창욱(29)의 말은 좀 의외로 들렸다. 지난주 종영한 드라마 ‘더 K2’에서 주인공인 보디가드 김제하 역을 맡아 액션은 물론 멜로로도 한껏 매력을 발산한 그다. 드라마는 종반으로 갈수록 허점이 많았지만, 섬세함과 터프함을 오가는 그의 연기만큼은 호평받았다. 드라마에서 그는 정치인의 아내이자 크나큰 야심을 품은 최유진(송윤아 분)과 정치인의 숨겨진 딸로 유폐된 채 살아온 고안나(임윤아 분), 서로 적대적인 두 여자를 번갈아 구해낸다. 그 와중에 김제하와 연인이 된 건 고안나였지만 최유진과의 관계도 상당히 묘했다.
드라마 ‘더 K2’에서 보디가드 지창욱이 유력 정치인의 아내 송윤아를 구출하는 장면. [사진 tvN]

드라마 ‘더 K2’에서 보디가드 지창욱이 유력 정치인의 아내 송윤아를 구출하는 장면. [사진 tvN]

“그 관계가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유진은 제하를 소유하고 싶어했지만 제하가 유진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동정이나 연민, 비즈니스 파트너나 친구였거든요. 아니면 애증일 수도 있고. 그렇다고 대놓고 나 너 좋아, 싫어 하는 대신 미묘한 뉘앙스로 줄다리기를 하는 게 재미있었죠.” 두 배우와의 서로 다른 호흡은 이렇게 전했다. “송윤아 선배와는 장면 자체가 밀도가 있어서 기싸움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긴장해서 계속 집중하려 하다 보면 진이 빠지기도 하고. 반면 임윤아씨와는 좀 풀어지는 분위기, 알콩달콩하고 달달한 장면이 많았죠.”

화려한 액션은 말할 것도 없다. 목욕탕에서 여러 상대를 맨몸으로 제압하는 초반의 액션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장면을 첫 촬영날 찍었어요. 1~4부 대본을 보고 출연을 결정한 건데, 그 장면만은 불안했거든요. 남자들이 발가벗고 액션을, 더구나 목욕탕에서 하면 혐오스럽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죠. 그래도 생각보다 분위기가 잘 묻어났어요. 애초 감독님은 코믹하게 풀려 했는데 현장에서 멋있게 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럼에도 당분간 액션은 사절이다. 이번에 워낙 혹독하게 몸고생을 한 탓에 제작보고회 때부터 “제 마지막 액션드라마”라고 했던 터다. “농담반, 진담반이었어요. 액션이라는 게 남자한테는 로망 중 하나고, 어렸을 때 견자단의 ‘정무문’을 정말 재미있게 봤거든요. 액티브한 거, 남자다운 거를 좋아하는 성향이 제 안에 있나 봐요. 근데 바로 또 액션을 하면 저도 고갈되는 느낌이고, 보는 시청자도 지칠 것 같아요.” 그럼 로맨틱 코미디는 어떨까. “요즘 그런 질문을 자주 받아서 저도 생각이 부쩍 많아졌어요. 여러 장르를 해보고 싶은데 제게는 새로운 장르거든요. 그동안은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자신이 없던 부분은 ‘로맨틱’보다는 ‘코미디’에요. 슬랩스틱이나 망가지는 게 아니라 템포와 호흡으로 사람들을 재미있게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그는 작품을 고르는 기준으로 대본과 캐릭터에 더해 자신감을 꼽았다. “아무리 대본이 재미있고 캐릭터가 매력있어도 내가 자신이 없으면, 학생 때라면 몰라도 돈을 받고 하는 건데 자신감이 없다면 무섭죠.”

‘솔약국집 아들들’ ‘웃어라 동해야’같은 가족드라마의 주연으로 폭넓은 시청자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판타지사극 ‘기황후’, 액션스릴러 ‘힐러’로 중국 등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더했다. 수려한 외모와 강한 남성미를 동시에 어필해 중국팬들 사이에서는 ‘남신’으로까지 불린다. 지난해에는 두 편의 중국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아 사전제작을 마쳤다. 그 중 ‘선풍소녀2’는 올해 후난위성TV에서 전파를 탔다. “그 작품도 액션이 좀 있었는데 느낌이 달라요. 한국과 비교하면 좀 더 화려하고 시각적으로 세요. 한국은 그에 비하면 더 실전 같고, 사실적이고.”

아직 방송 전인 ‘나의 남신’에서는 쌍둥이를 1인 2역으로 소화했다. “냉철한 형이 어느날 실종되고, 그 자리를 정 많고 오지랖 넓고 가난한 동생이 메우면서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미스터리가 풀려가는 이야기에요. 1인 2역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뮤지컬 ‘그날들’에서 청와대 경호원으로 나오는 지창욱. [사진 tvN]

뮤지컬 ‘그날들’에서 청와대 경호원으로 나오는 지창욱. [사진 tvN]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 중인 그는 ‘더 K2’ 촬영 중에도 틈틈이 뮤지컬 ‘그날들’에 출연했다. 역시 청와대 보디가드 역으로, 2013년 초연 때는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더 뮤지컬 어워드’에서 신인남우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연말에는 지방공연도 예정돼 있다. 달리말해 쉼없이 달려온 셈이다.

“가장 걱정했던 건 쉬지 않고 일을 해서 내가 심적으로 지쳐있고, 연기적으로 고갈이 돼있으면 어쩌지 하는 거였어요. 근데 아주 다행히도 연기하는 게 신나고 재미있어요. 이런 작품, 저런 작품이 들어오면 내가 어떤 걸 보여줄까,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게 많다는 생각에 설레요.”

글=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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