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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과파이’로 농업 6차산업 일군 여성 농부

중앙일보 2016.11.16 01:10 종합 23면 지면보기
김영숙 더애플 대표(왼쪽)가 아들 홍성우씨와 함께 개발한 사과파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더애플]

김영숙 더애플 대표(왼쪽)가 아들 홍성우씨와 함께 개발한 사과파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더애플]

“축제장의 홍보 부스에서 맛을 본 젊은이들이 ‘사과 펑리수’가 나왔다며 좋아하더군요.”

안동 벤처기업 ‘더애플’ 김영숙 대표
6차산업 가공상품 경진대회서 대상

40여 년간 사과를 재배해 온 김영숙(56·경북 안동시 길안면)씨는 여성 농부에서 벤처기업 ‘더애플’의 대표로 변신했다. 그가 지난 3월 선보인 식품 ‘달사과파이’는 나오자마자 주문이 밀릴 정도다. 달사과파이는 사과잼을 밀가루로 감싼 작은 케이크로 파인애플로 만든 파이인 대만의 펑리수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재작년부터 사과값이 절반으로 뚝 떨어졌어요. 안 되겠다 싶어 사과 가공을 구상했죠.”

김 대표는 경북농민사관학교 ‘여성 농산물 가공 창업반’에 들어갔다. 국내의 기존 가공식품은 특산물 활용 대신 풀빵류가 많았다. 남편 홍태복(58)씨와 함께 2만6000㎡ 땅에 사과 농사를 짓는 그로서는 사과 가공만이 온통 관심사였다. 견학차 일본을 거쳐 대만에 갔다가 무릎을 쳤다. 펑리수 공장에서 맛을 본 순간 ‘사과 펑리수’를 만들면 되겠다 싶었다. 농민사관학교에서 바로 창업 공모에 참여했다. 1억5000만원을 지원받고 제빵·제과 교육을 받았다. 그는 기존 사과 파이와 차별화하기 위해 파이 하나에 사과 반쪽 분량의 잼을 넣고 있다. 밀은 우리 밀을 쓴다.

“우리 밀이 좋긴 좋은데 맛은 없어요. 그래서 파이 맛을 내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동네에 식품가공공장을 지었다. 잼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사과가 모자라 다른 농가에서 사들였다. 새마을금고에 다니던 아들 홍성우(30)씨도 불러들였다. 파이를 만든 뒤 마지막으로 스토리를 입혔다. 450년 전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원이엄마’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안동 월영교를 끌어들였다. ‘월영달빛 달사과파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파이 포장지에는 초승달·반달·보름달이 그려져 있다. 사과 생산부터 가공 과정에 지역 관광자원까지 버무린 이른바 농업의 ‘6차산업’을 일군 것이다. 대만 수출도 추진 중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주최한 ‘6차산업 가공상품 경진대회’에 달사과파이를 출품해 대상(장관상)을 받았다. 시상식은 29일이다.

안동=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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