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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 예술가들 후원하면서 다른 이익 고려해선 안 되죠

중앙일보 2016.11.16 01:08 종합 23면 지면보기
록펠러재단 ACC 의장 웬디 오닐
“문화예술 지원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입니다. 한국에서 우리와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싶어요.”

기부 몸에 밴 록펠러 가문 5대손
김환기·백남준·유홍준 등도 혜택
“기부 관련 미국 정부 압력은 없어”

록펠러 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아시아문화위원회(Asian Cultural Council·ACC)의 웬디 오닐(54·사진) 의장이 한국을 찾았다. ‘존 D 록펠러 3세 상’을 유덕형 서울예술대학교 총장에게 수여하기 위해서다. 14일 시상식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닐 의장은 “한국 기업과 손잡고 더 많은 예술가를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닐 의장은 록펠러 가문의 5대손이다.

ACC는 1963년 설립됐다. 미국과 아시아의 예술가를 후원한다는 취지였다. 분야는 건축·영화·무용·회화·비평·고고학 등 전방위다. 53년간 6000여 명을 지원했고, 이 중엔 122명의 한국 예술가도 포함된다. 화가 김환기, 학자 유홍준, 무용가 안애순 등이 혜택을 입었고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무명시절이던 65년 ACC의 지원을 받았다. 최근엔 피리연주자 강효선, 안무가 김성훈씨 등이 수혜자였다. 박일규 서울예대 무용과 교수는 “84년 미국 뉴욕대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었던 건 ACC 덕분이다. 학비와 생활비는 물론 공연 관람비까지 지원받았다”며 “내 삶에 터닝포인트”라고 말했다. 후원 기준에 대해 오닐 의장은 “신진이든 중견이든 관계없다. 지금 새로운 예술을 얼마나 갈구하는지, 이를 위해 열린 마음을 가졌는지가 중요하다. 우리가 눈 여겨 보는 건 잠재력”이라고 답했다.

록펠러 가문은 대규모 기부는 물론 지역사회 밀착형까지 다양한 방식의 자선활동을 해오고 있다. 오닐 의장은 기부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1주일에 25센트의 용돈을 받았다. 그러면 10센트는 무조건 교회에 기부하고, 나머지 15센트를 어디에 썼는지 가계부에 다 적어야 했다”며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기에 불만도 없었다”고 했다. 또 “기부하는 것 자체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선물”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 정부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 문화·스포츠 재단에 기업이 강제로 돈을 내게끔 한 것과 관련된 질문도 나왔다. 그는 “기부와 관련해 미국 정부로부터 압력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정부와 협력을 할 순 있지만 그것 역시 예술가를 후원하기 위해서다. 다른 이익을 고려해 예술후원의 본질을 퇴색시켜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 표했다. 그는 “한국은 아시아 예술 문화의 허브다. 깊은 전통을 갖고 있으면서도 최첨단 IT기술을 접목시켜 융합 예술을 열어가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또 “우린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후원한 예술가가 새로운 활력을 얻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며 “그런 예술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어떤 투자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자부심을 우리에게 전해준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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