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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 고치던 남자, 주먹으로 466억원 거머쥐다

중앙일보 2016.11.16 01:04 종합 25면 지면보기
  
미국 종합격투기 UFC는 지난 13일 ‘미국 스포츠의 성지’인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대회를 열었다. 경기에 앞서 UFC 페더급(65.8㎏)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8·아일랜드)는 “내 조상들이 이 도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페더급 챔피언 맥그리거는 한 체급 높은 라이트급(70.3㎏)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32·미국)에게 2라운드 KO승을 거뒀다. 용맹한 켈트족의 후예 맥그리거는 강력한 왼손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맥그리거는 UFC 사상 처음으로 두 체급을 동시에 에 석권한 선수가 됐다.

아일랜드 배관공 출신 맥그리거
사상 첫 두 체급 챔피언 동시 석권
8분4초 한 경기 뛰고 230억원 받아

맥그리거가 가장 존경하는 복서 무하마드 알리(1942~2016·미국)도 그랬다. 1974년 아프리카 자이르에서 헤비급 챔피언 조지 포먼(67·미국)과의 대결을 앞두고 알리는 “40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와 형제들 앞에 섰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인들의 열성적인 응원을 받은 알리는 8라운드 KO승을 거뒀다.
미국의 종합격투기 UFC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UFC 사상 최초로 두 체급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아일랜드의 코너 맥그리거. [뉴욕 로이터=뉴스1]

미국의 종합격투기 UFC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UFC 사상 최초로 두 체급 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아일랜드의 코너 맥그리거. [뉴욕 로이터=뉴스1]

‘떠버리(bigmouth)’라고 불렸던 알리는 인종·전쟁·인권 등 20세기 이데올로기와 싸웠다. ‘악명높은(notorious)’이라는 별명의 맥그리거는 21세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그를 간판으로 내세운 UFC 뉴욕 대회는 메디슨 스퀘어 가든 역사상 최고 입장수입(1770만 달러·약 207억원)을 올렸다.

알바레즈에게 패할 거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맥그리거는 압승을 거뒀다. UFC와 맥그리거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순간이었다. 챔피언 벨트 2개를 양 어깨에 멘 맥그리거는 “UFC가 나와 계속 함께하려면 지분을 달라. 내년 5월 내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쉬겠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스포츠 컨소시엄 WME-IMG는 지난 7월 UFC를 40억 달러(약 4조6800억원)에 사들였다. 맥그리거는 프로레슬링과 UFC를 오가는 수퍼스타 브록 레스너(39·미국)보다 강력한 티켓파워를 자랑한다. UFC의 유료채널(PPV) 판매수입은 입장수입의 몇 배에 이른다. 비즈니스 감각이 탁월한 맥그리거는 UFC가 자신의 경기로 인해 수천 만 달러를 버는 걸 안다. 그가 단지 파이트머니를 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통 크게 UFC의 지분을 요구한 것도 그래서다.
영국의 미러는 맥그리거가 뉴욕 경기에서 파이트머니 300만 달러(약 35억원)와 PPV 수당을 포함해 약 2000만 달러(약 230억원)를 번 것으로 추정했다. 8분4초 동안 싸웠으니 초당 4800만원을 번 셈이다. 올해 맥그리거의 수입은 총 4000만 달러(약 466억원)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고교 졸업 후 배관공으로 일했던 아일랜드 청년이 UFC 데뷔 3년 만에 스포츠 재벌이 된 것이다.

맥그리거는 항상 과도할 정도의 자신감을 표현하며 상대와 트래시 토크(막말)를 한다. UFC는 그의 입담을 홍보에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팬과 안티팬이 모두 그의 경기를 보게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페더급 전 챔피언 조제 알도(30·브라질)를 13초 만에 KO 시킨 뒤 맥그리거는 “정확성이 파워를, 타이밍이 스피드를 이긴다”고 외쳤다. 그는 두 체급 높은 웰터급(77.1㎏)에서 네이트 디아즈(31·미국)와 1승1패의 혈전을 벌였다. 그리고 라이트급 타이틀까지 따냈다.

카리스마 넘치는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맥그리거를 다른 선수들처럼 쉽게 다루지 못한다. 그에게 상위 체급 타이틀전을 허락하는 등 특혜를 주는 이유다. 맥그리거의 매력과 실력이 UFC의 자산이라는 걸 화이트 대표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화이트 대표는 “맥그리거는 상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항상 싸우려고 하는 진짜 남자”라고 치켜세웠다.

김식 기자 seek@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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