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럼프 방위비 증액 요구에 대처하는 전략

중앙일보 2016.11.16 01:00
지난 14일 국방부는 “미 대선 결과에 따른 국방부의 대응”이라는 자료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新)행정부가 앞으로 대(對)한반도정책을 펼쳐나가는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 및 비용부담을 덜기 위해 한국의 역할 및 능력의 확충을 요구할 것”이라며 한미동맹의 변화 가능성을 예상하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런 입장은 美대선기간 내내 트럼프 후보가 주한미군의 기여도에 걸맞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한국군의 자강(自强)노력을 요구하는 발언을 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의 제한된 국방예산을 감안하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거나 한국군 자강을 위해 첨단전력 확보를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한국의 방위비 분담률은 국내총생산(GDP)대비 0.068%로 일본(0.064%), 독일(0.016%)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리고 주한미군 1인당 방위비 분담규모도 3만 달러로 높은 수준에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신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더라도 그대로 받기 어렵다.
 
 
지난 3월 한국군과 미군은 키리졸브, 독수리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미군 페트리어트 대공미사일이 배치된 오산 공군기지 활주로에 미공군 F-16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 3월 한국군과 미군은 키리졸브, 독수리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미군 페트리어트 대공미사일이 배치된 오산 공군기지 활주로에 미공군 F-16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그러나 트럼프 신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강력히 요구할 경우 그대로 거부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에게 대북억제는 국가의 존립에 관한 안보문제이며 이를 위한 독자적인 억제체제를 구축하기 보다는 한·미 양국의 동맹체제로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점증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긴밀한 안보협력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관련 기사

 
만약 한국이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면 이를 수용하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안 중 하나는 한·미 양국 간 무기 및 방산기술 협력(예: 공동연구개발 및 생산)을 강화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군 자강에 도움이 되는 첨단전력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어 분담금을 증액하더라도 한국의 내실도 확보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은 한국에 정비지원 확대를 요구하는데 이를 수용해 비용부담이 증가해도 한국에게 손해가 아니다. 한국이 역할을 확대하더라도 단순히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정비지원 기술을 제공받을 경우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상생' 가능한 거래로 평가된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미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열린 제4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마치고 공동 보도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미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열린 제48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마치고 공동 보도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그동안 한미 간 무기 및 방산기술협력은 한미 양국 국방부 장관 간 회의, ‘한미연례안보회의’(SCM, 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방산분야 분과위인 ‘방산기술협력위원회’(DTICC, Defense Technological and Industrial Cooperation Committee: (韓)방위사업청장/(美)국방부 획득기술군수차관이 공동위원장)를 통해 이뤄져왔다. 그러나 한·미 간 협력은 일부 사업(예: 저가형 유도무기 공동개발 등)에서만 작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 유사한 협력(미국-일본, 미국-이스라엘, 미국-영국 등) 보다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은 첨단 무기체계에 대한 군사기술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에게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면 방산기술협력을 협상의 의제로 올려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다른 동맹국 보다 무기 및 방산기술협력이 저조하다는 사실을 부각시켜야 한다. 공동이익을 극대화 한다는 관점에서 양국 간 무기 및 방산기술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극적으로 역설할 필요가 있다.
 
김종하 한남대학교 교수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