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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백의 심장에 들이박힌 탄환

중앙일보 2016.11.16 01:00 경제 11면 지면보기
<32강전 2국> ●·이세돌 9단 ○·랴오싱원 5단

11보(113~127)=우하 쪽 13은 우변 백을 압박하면서 우하귀를 지키는 공수 겸용의 수. 우상귀 14, 16의 교란 전술은 불리한 랴오싱원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인데 17부터 25까지 일류 프로의 깊은 수읽기를 감상할 수 있다. 20으로 끊었을 때 즉각 놓인 21이 이세돌의 형세판단을 보여준 수. 24 때 가만히 잡아둔 25가 알기 쉬운 정리다. 이 수의 의미는, 아마추어 초중급자들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15를 포함한 위쪽 흑▲ 7점을 버리겠다는 뜻이다.

“저 같으면 7점을 버리고 선수를 뽑아 우변을 크게 취하겠습니다. 그게 알기 쉽죠.” 이 대국을 지켜보던 박영훈 9단도 이세돌의 전략에 동의를 표한다. 만일, 여기서 위쪽 흑 일단을 포기하지 않고 ‘참고도’ 흑1로 버티면 백2 이하 8까지, 흑이 몽땅 잡히고 승부도 뒤집힌다. 상전벽해(桑田碧海), 문자 그대로 뽕나무밭이 바다로 변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실전처럼 25로 잡아두면 백도 다른 선택이 없다. 침투한 돌의 체면(?)을 위해서라도 26으로 위쪽 흑 일단을 잡을 수밖에 없고 선수는 자연스럽게 흑이 잡게 된다. 27은, 백의 심장에 들이박힌 탄환. 아프다. 우상 일대의 접전을 통해 흑 7점을 삼키는 전과를 올렸으나 그건, 패자에게 건네진 일종의 위로금이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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