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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하면 포기? 푼돈 모아 ‘우물터’ 만들었죠”

중앙일보 2016.11.16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장애 이긴 CEO ③ 이기웅 베이스캠프 코리아 대표

갑자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면 절망에 빠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는 절망의 늪에서 악착같이 빠져나와 희망을 일궈가고 있다. 빗물 환경 전문기업 베이스캠프 코리아의 이기웅(55)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기웅 대표가 자체 개발한 조립식 빗물 집수 장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베이스캠프]

이기웅 대표가 자체 개발한 조립식 빗물 집수 장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베이스캠프 코리아]

이 대표는 2001년 시력을 잃었다. 뇌종양(양성)과 식도 협착 등 질병이 잇따라 찾아와 수술을 받은 후였다. 그는 “수술 후 회복하고 눈을 떴더니 세상이 온통 암흑이었다”고 말했다. 의료 사고를 의심했지만, 병원에서는 “수술 과정에서 시신경이 손상되지 않았다”고만 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의 시력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빛이 사라졌고,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사라졌다.

시력 장애·뇌종양 딛고 재창업 성공
매년 2배 성장, 올해 예상 매출 4억


2년여간의 재활 훈련은 고난과 방황의 연속이었다. 이 대표는 “미혼이라 형제들 집을 돌아가며 의탁을 했다”면서 “그마저 미안해서 충북 제천에 가서 1년 동안 여관 살이를 전전하며 생각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문득 ‘볼 수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2013년 창업한 베이스캠프 코리아는 빗물 집수장치인 ‘우물터’를 개발해 보급하는 기업이다. 빗물 집수장치는 지붕 면에 내린 빗물을 모아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물이다. 우물터는 기존 제품과 달리 조립식으로 만들어져 설치와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 대표는 “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거나 필터 청소를 하려면 제품을 일일이 뜯어야 했던 기존 제품의 불편을 해소시켰다”고 말했다.

현재 우물터는 서울·부산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받는 빗물이용시설 지원 사업(비용의 90% 지원)과 연계해 학교·유치원·공공기관 등 전국 170여개소에 설치됐다.

올해 예상 매출은 4억원. 창업 이듬해인 2014년 1억300만원에서 지난해 2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매년 2배 꼴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9일 장애인 창업아이템 경진대회에서 중소기업청장상과 장애인경제인대회 특허청장상을 동시 수상했다.

처음부터 사업이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었다. 2006년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 자금난으로 고생했다. 결국 창업 6년 만에 파산을 겪으며 또 한번 좌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파산 후에도 재기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푼돈이 생길 때마다 업체에 부품을 하나하나씩 주문해 제품을 만들었다”며 “이런 노력이 재창업 성공의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좌절과 성공 스토리는 창업진흥원이 진행한 혁신적 실패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내달 1일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을 받을 예정이다. 이 대표는 “실패는 경험이 되고, 경험은 성공의 자양분이 된다”며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에 나서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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