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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중기] ‘인·파·인’ 달려간 스타트업, 맞춤형 모바일 앱 통했다

중앙일보 2016.11.16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아시아 신흥 시장 뚫은 기업들
인도 등에서 스마트폰 잠금화면 리워드 앱 ‘슬라이드’를 운영 중인 42컴퍼니 직원들. 카카오에 인수됐던 울트라캡숑의 창업자들이 퇴사해 창업했다. [사진 슬라이드]

인도 등에서 스마트폰 잠금화면 리워드 앱 ‘슬라이드’를 운영 중인 42컴퍼니 직원들. 카카오에 인수됐던 울트라캡숑의 창업자들이 퇴사해 창업했다. [사진 슬라이드]

스마트폰 잠금화면 리워드(보상) 앱 ‘슬라이드’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42컴퍼니’의 이성원(33) 이사는 지난달부터 인도 델리에서 일하고 있다. 1년 전 인도·파키스탄 지역에서 출시된 슬라이드 앱의 현지 마케팅과 영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서울에 있던 직원 10명 중 절반이 인도로 향했다. 이 이사는 “모바일 앱 광고나 모바일 결제 등 인도의 모바일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중국보다 잠재력 큰 스마트폰 시장
국내 기술력·경험으로 현지화 성공

인도·파키스탄·인도네시아 등 세계가 주목하는 아시아 신흥 시장에 도전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아시아 신흥 시장은 세계 2위(13억명)의 인구 대국 인도를 비롯해 파키스탄(2억명)·인도네시아(2억5000만 명) 등 합치면 중국보다 더 큰 시장이다. 시장 진입이 까다롭고 현지 경쟁이 치열한 중국보다 아직 기회가 많다. 특히 최근 동남아 지역에 오포(OPPO) 같은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격히 늘면서 모바일 시장이 열리고 있다.

장병규 본엔젤스파트너스 파트너는 “인도나 동남아는 대다수 인터넷 사용자들이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처음 경험하는 시장”이라며 “한국에 인터넷이 막 보급된 20년 전 창업한 회사들이 지금 한국 IT업계의 주요 기업이 됐듯이 인도·동남아도 지금 들어가서 오래 버티는 기업이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42컴퍼니는 카카오에 2014년 인수됐던 ‘울트라캡숑’ 창업 멤버들이 창업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인도·파키스탄의 스마트폰 시장 잠재력을 보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카카오에서 나왔다.

슬라이드 앱은 사용자가 스마트폰 잠금 화면을 해제한 후 나타나는 광고를 보면 그 대가로 선불폰 통신비를 충전해주는 서비스다. 국내의 ‘캐시 슬라이드’ 앱과 유사하다. 서울에 있는 42컴퍼니 개발팀은 매일 1000~2000개의 잠금 화면을 만들어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는 광고·뉴스 콘텐트를 제공한다.

허 대표는 “인도에서도 디지털 광고 시장의 경쟁이 심하지만 콘텐트나 앱 디자인 수준이 높지 않다”며 “특히 잠금화면 광고는 기술적으로 더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슬라이드는 현재 인도 내 리워드 광고 앱 1위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광고 업계 전문가들을 임원으로 영입해 초기부터 함께 한 게 안착에 도움이 됐다.
인도의 대표적인 앱 ‘트루밸런스’도 한국인 창업자들이 개발했다. 인도·동남아에서 15년 간 IT 사업을 해온 이철원(45) 대표가 2014년 설립한 밸런스히어로가 만들었다. 인도의 선불식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통신비 잔액을 손쉽게 확인하고 충전할 수 있도록 한 앱이다. 출시 19개월 만인 올 7월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현재 3000만 다운로드를 앞두고 있다. 잔액이 소진되기 전에 미리 알람을 보내주고 적절한 충천 상품을 추천해주는 기술력, 깔끔한 디자인 등이 강점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여전히 피쳐폰 쓰던 때와 다름없이 ‘*123#’을 눌러 잔액을 확인하는 인도인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앱을 인도의 중산층과 서민들을 위한 모바일 결제·송금 플랫폼으로 키울 계획이다. 인도의 휴대폰 인구 10억 명 중 아직도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7억 명에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키운 기술력과 모바일 경험으로 미국·중국보다 인도에서 도전하는 게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도 국내 스타트업의 관심이 뜨거운 신흥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선릉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개최된 인도네시아 진출 관련 콘퍼런스에는 국내 스타트업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ASEAN) 10개국 중에서 국내총생산(GDP) 1위(IMF 2016년 전망치 9370억 달러)의 경제대국이다. ‘인도네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오토바이 공유 O2O 앱 ‘고젝(go-jek)’은 이 같은 모바일 기반 경제에 불을 붙였다.
밸류인테크놀러지 김진호(41) 대표도 이런 잠재력에 주목해 2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창업했다. 넥슨이 인수한 게임 개발사 네오플의 공동창업자인 김 대표는 처음엔 게임을 들고 수도 자카르타에 갔다. 현재는 게임이 아닌 잠금화면 리워드 앱 ‘캐시트리’로 리워드 앱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불폰 사용 비율이 99%로 높은 인도네시아에서 잠금화면 리워드 앱의 이용가치는 한국보다 훨씬 높다고 봤던 게 적중했다. 그는 “캐시트리 광고를 매일 조금씩 보면 5달러 남짓인 한달 통신비 부담이 사라지니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간단한 회원가입 절차와 포인트 교환 방식 등을 무기로 마케팅 비용을 전혀 안 쓰고도 500만 다운로드를 넘었다. 장기적으론 디지털 콘텐트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밸류인테크놀러지는 서비스 개발·운영을 모두 현지에서 한다. 네오플·선데이토즈·위메프 출신 임원들이 자카르타에서 일한다. 삼성전자·블랙베리 인도네시아 영업·마케팅 임원 출신인 정세영(39) 이사는 “창업에 도전하는 인도네시아 엘리트들은 영어권 문화에 익숙한 상류층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에 집중하는 편”이라며 “잠재력이 큰 중상·하층을 타깃으로 한 모바일 서비스에 사업 기회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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