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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자문 포함 99만원” vs “골목상권 침해 말라”

중앙일보 2016.11.16 01:00 경제 5면 지면보기
지난 1월 문을 연 부동산 중개 및 법률자문 서비스 회사인 트러스트부동산 홈페이지에는 집을 팔겠다는 매물등록 건수가 늘고 있다. 석 달 전까지만 해도 등록된 매물 건수는 780건이었지만 최근에는 1000건에 이른다. 문의 전화도 늘었다. 하루 30~40통에서 지금은 200통이 넘는다. 공승배 트러스트부동산 대표(변호사)는 “일반 공인중개사에서는 부동산 가격에 따라 수수료가 오르는 정률제지만 이곳에선 정액제로 이뤄진다”며 “집값과 전셋값이 올라 중개수수료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트러스트부동산은 온라인에서 아파트 매물을 무료로 소개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변호사들이 매물확인부터 권리 분석, 거래 계약서 작성 등의 법률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는 온·오프라인(O2O) 연계 서비스다.

국민참여재판 1심 무죄 선고 파장
변호사, 부동산중개업 진출 가시화
중개전문 로펌에 매물 급속 증가

그러나 공인중개사협회는 이런 행위가 명백히 공인중개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4월엔 “개업 공인중개사가 아니면서 실제 중개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공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1심에선 공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공 대표는 지난 7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부동산 중개행위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한변호사협회 이효인 대변인은 “이번 판결은 변호사도 부동산 중개 및 법률 자문을 할 수 있다고 인정한 셈이어서 앞으로 트러스트부동산과 같은 전문 로펌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와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 자문엔 크게 두가지 차이가 있다.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 및 법률자문은 공인중개사처럼 부동산 중개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매물의 법적 위험성을 자문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수수료다. 현재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책정되고 값이 비쌀수록 수수료율이 높아진다. 서울의 경우 현재 9억원 이상 주택 매매 거래 시 수수료는 0.9%다.

예컨대 10억원인 아파트의 경우 공인중개사 수수료는 900만원이지만 트러스트 부동산에선 99만원이다. 공 대표는 “변호사의 경우 중개수수료가 아니라 법률자문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정액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공인중개사 입장에선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현재 전국의 공인중개사 수는 9만5491명이다. 들쭉날쭉한 주택 경기 탓에 먹거리는 줄었는데 경쟁자까지 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진구에서 10년간 공인중개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가뜩이나 어려워진 주택경기에 변호사들까지 중개업에 뛰어든다고 하니 이거야말로 골목상권 침해 아니냐”고 목소리를 냈다. 공인중개사협회 고문을 맡고 있는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증거만으로 유죄입증 어려워 무죄판결 났을 뿐”이라며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중개업을 하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무죄 판결이 났지만 항소심(2심)과 상고심(3심) 결과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이 결과에 따라 부동산 중개업이 크게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공인중개사들에겐 위기가 될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변호사의 중개업 진출로 공인중개사에겐 독점권을 빼앗긴 건 사실”이라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경쟁구도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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