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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NIE] ‘관세 장벽’ 쌓는 보호무역주의 … 미국 이익 노린 통상압박 거세질 듯

중앙일보 2016.11.16 00:01 Week& 6면 지면보기
트럼프 시대, 보호무역주의 강화할까
‘미국을 다시 강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기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가 선거 기간 내내 외친 한 마디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다. 이는 외교·안보 분야의 고립주의, 경제 분야의 보호무역로 설명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면 수출 중심 경제를 꾸려온 한국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호무역주의가 무엇인지 신문에서 의미를 찾아봤다.

자국민·자국산업부터 챙기자는 무역 정책
자유무역주의·세계화가 낳은 ‘양극화’에 반대
1920~1930년대 세계 대공황의 가장 큰 원인


◆보호무역주의와 자유무역주의=보호무역주의는 자유무역주의의 반대말이다. 자유무역주의는 국가 단위의 경제를 하나의 세계 단위의 경제로 통합해 ‘국경없는 무역’을 추구한다. 반대로 외국과 무역을 할 때 국경선에 관세·비관세 장벽을 둘러쳐 수입을 제한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한다는 것이 보호무역주의다. 외국에서 생산된 상품(서비스)·자본·노동·정보가 국내로 자유롭게 유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다.

보호무역주의은 15~18세기 유럽의 중상주의가 그 시작이다. 중상주의는 수출은 적극 장려하고 수입은 억제하는 정책이 국가의 번영을 가져온다는 국가의 경제간섭 중시 정책이다. 근대국가가 형성되는 시기에 유럽 국가들은 정치적으로는 강력한 왕정체제를, 경제적으로 중상주의를 실시했다.

중상주의는 경제적으로 이미 성장한 나라가 약소국을 향해 문턱을 낮추라고 강요하고, 약소국의 물품이 들어오는 것은 봉쇄하는 ‘국가 이기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등장하는 ‘보이지 않는 손’도 중상주의의 부도덕함을 지적하고 그 대안으로 나온 개념이다. 경제적 약자의 자유를 제약하는 중상주의를 없애고, 시장경제에 따라 자유로운 무역을 하자는 주장이다.

국경을 넘어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수출입을 자유화하자는 자유무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출범한 IMF(국제통화기금)와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체제로 힘을 얻었다. 94년 우루과이라운드(GATT의 제8차 다자간무역협상) 협정 체결에 이어 95년 WTO(세계무역기구) 출범을 통해 급물살을 탔다. WTO는 자유무역을 막던 관세·비관세 장벽을 허물어 자본과 서비스 이동을 훨씬 자유롭게 했다. 세계화라는 개념도 이때 일반화됐다.

자유무역은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이다. 기업주는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곳에 공장을 세울 수 있고, 소비자는 필요한 상품을 가장 싼 값에 구매할 수 있다. 부작용도 있다. 국제적으로는 선진국에 돈이 몰리고 생산력이 높아지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나라는 도태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한 나라 안에서도 부유층과 빈곤층의 소득 격차가 벌어졌다.
9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뉴욕의 힐튼 호텔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9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뉴욕의 힐튼 호텔에서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왜 보호무역인가=자유무역주의의 그늘이 커지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무역 정책인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자유무역주의 시대에 개인과 기업·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건 국제경쟁력이다. 이를 갖추지 못하면 선택에서 밀려나 도태되고 낙오한다. 세계를 무대로 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개인·기업·국가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막은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게 된다.

경제적 장벽이 사라지고, 세계인이 국경없이 경쟁하는 자유무역 시대에, 자국민은 국가에 책임과 의무만 다할 뿐 권리 보장이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상실감을 느끼기 쉽다. 영국이 EU에서 탈퇴(브렉시트·Brexit)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취업 이민자의 증가, 난민 유입을 꼽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누구나 담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세계화의 시대에 이들과 맞설 경쟁력을 아직 갖추지 못한 이들은 오히려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잃고 테러의 위협에 노출돼 중산층의 지위마저 빼앗기게 됐다는 분노를 품고 결국 ‘브렉시트’ 지지자가 됐다는 얘기다.

트럼프의 당선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한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의 후유증, 금융 위기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 사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보다 국내 문제 해결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00년대 이후 심화된 양극화와 전통 산업의 위축 등 자유무역의 후유증도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세계를 리드하겠다’는 포부가 아닌 ‘내 것부터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퍼졌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자신이 당선되면 미국을 WTO에서 탈퇴시키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하거나 폐기하겠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그동안 발행해온 국채 상환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겠다는 주장 등을 통해 세계 질서보다 ‘내 것’이 먼저라는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다.

전문가들은 영국·미국 등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가 인기영합정책이라 꼬집는다. 정치인들은 자국 산업과 일자리 보호라는 정치적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 보호무역주의로 경제 위기를 극복한 예가 없다는 설명이다. 찰스 달라라 전 국제금융협회 총재는 “보호무역의 고통을 겪어야 보호무역이 얼마나 나쁜 지 알 수 있다”며 “보호무역이 강화되면 오히려 일자리가 사라지고 자산 인플레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부작용을 강조했다.

1920~30년대 이어진 세계 대공황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이었다. 미국이 보호주의를 강화하자 세계 각국이 보복조치로 관세를 덩달아 높였고 결국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경제가 한번 나락에 빠지면 이를 극복하겠다며 다시 보호주의를 강화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대안은=트럼프의 당선으로 한국과 미국은 거센 통상마찰이 예고된다. 중국·멕시코를 겨냥해 높은 관세 장벽을 세우는 한편 다양한 무역구제 수단을 무기로 기존 통상협정의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FTA의 전면 재협상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해 강도높은 압박 정책을 펼쳐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미국의 6대 교역국 중 하나다. 정보통신기술 산업에서는 3대 교역국 중 하나다. 활발한 무역이 이뤄지게 된 배경은 한미 FTA다. 미국은 한미 FTA로 한국 무역적자를 158억달러 줄이는 효과도 봤다. 한국 기업이 미국 시민을 위해 창출한 일자리가 3년 새(2011~2014년) 3만7000개다. 양국 경제에 긍정적 FTA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입증하고 협력을 강화할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때다.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보호무역주의가 도래해도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어떤 시장에서도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수출 시장도 미국과 중국에만 의존하지 말고 세계로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얽매이기 전에 수출시장 다변화로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시장을 더 개방하라는 요구다. 4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새로운 성장동력과 신산업 구축 같은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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