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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의 책상] 질문 자주하는 ‘교무실 마니아’ … 매일 1시간 수학문제 혼자 풀죠

중앙일보 2016.11.16 00:01 Week& 2면 지면보기
서초고 1학년 최승규
4살 어린이에게 선생님이 마시멜로를 하나 주며 말한다. 선생님이 방에서 나갔다 돌아올 때까지 먹지 않고 기다리면 두 개를 주겠다고. 아이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먹어치운 아이, 참다못해 먹는 아이, 끝까지 기다린 아이도 있었다. 1966년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수행한 ‘마시멜로 실험’이다. 15년 뒤 연구팀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은 아이들이 더 우수하고 성적도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장의 욕구를 참는 ‘만족 지연능력’이 뛰어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초고 1학년 전교 1등인 최승규(16)군은 “더 큰 꿈을 이루기 위해 하고싶은 걸 참고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초고 1학년 전교 1등인 최승규(16)군은 학원에서 받는 주입식 강의보다 혼자 하는 공부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믿는다. 하루 최소 2시간은 혼자 공부하고 모르는건 꼭 선생님에게 질문해 해결한다.

서초고 1학년 전교 1등인 최승규(16)군은 학원에서 받는 주입식 강의보다 혼자 하는 공부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믿는다. 하루 최소 2시간은 혼자 공부하고 모르는건 꼭 선생님에게 질문해 해결한다.


좋아하던 야구 보기 끊고 게임하듯 공부
매일 30분 영어 암기, 국어는 복습 집중
“ 경영·경제 전문성 갖춘 법조인이 꿈”


학교 수업과 ‘혼자 공부’가 최고
최군은 만족 지연능력이 높다. 중학교까지만 해도 야구·축구·농구의 국내·외 경기를 모두 챙겨보는 스포츠 마니아였다. 두 형들과 게임도 자주 했다. 하지만 고교생이 되면서 모두 끊었다. 인터넷에서 스포츠 경기 결과만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른 시간은 공부에 쏟았다. 게임은 주말에만 잠깐 한다. 최군은 “물론 게임도 하고 싶고 스포츠 경기나 영화도 보고 싶지만 꿈을 이루려면 공부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공부도 하다보면 게임과 비슷한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군의 ‘큰 꿈’은 법조인이다. ‘경영학, 경제학에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이 되겠다’는 구체적인 방향도 일찌감치 정했다. 최군은 매일 밤 부모, 형제들과 대화를 하면서 변호사인 아버지에게 재판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언제부터인가 아버지에게 먼저 “오늘 재판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랐다. 최군은 “경제 분야의 지식을 갖추고, 어려운 사람들이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돕는 법조인이 내가 생각하는 제일 멋진 모습”이라고 밝혔다.

최군은 학교 수업과 자기주도 학습이 최고라고 믿는다. 최군은 “중학교 때 여러 학원을 다녀봤는데 학원 선생님의 생각이 주입되는 것 같았다. 정작 시험은 학교 선생님이 출제하는데 학원식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잘 안풀리는 경험도 해봤다”고 했다. 특히 국어·영어처럼 해석이 필요한 과목은 학원 강사의 해석에 의존해선 안된다는 게 최군의 생각이다. 그는 “학원에서 해석을 듣기만 하고 외우면 위험하다. 반드시 학교 수업에서 해석을 기본으로 하고, 스스로 해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인강(인터넷강의)도 듣지 않는다. “인강 강사들이 모든 문제를 공식에 넣는 것처럼 푸는 데,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신 혼자 공부하다 어려운 문제나 궁금한 내용이 생기면 반드시 표시해뒀다가 다음날 학교 교사에게 묻는다. 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쉬는 시간을 이용해 교무실을 찾아간다.

학교 수업 내용 녹화하듯 ‘3색 필기’
최군은 하루에 적어도 두세 시간은 혼자 공부한다. 특히 수학은 매일 한 시간 이상 공부한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반드시 집에 와서 복습한다. 복습할때 원칙은 ‘공식을 달달 외우지 않는다’는 것. 새로운 공식을 배우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공식이 어떻게 해서 나오는지 스스로 유도해본다. 그는 “공식만 외워도 해결되는 문제는 쉬운 문제다. 어려운 문제는 공식만 외워서는 풀기 어렵고 원리를 알고 응용할 수 있어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공식이나 문제는 학교 선생님에게 물어보기도 하지만 수학만큼은 동네 학원을 다닌다. 최군은 “수학은 원리를 알아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내 방법뿐 아니라 학원 강사의 방법도 보면서 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며 “물론 학원에서 너무 많은 걸 얻으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시험을 대비할 때는 문제풀이에 주력한다. 최군은 “수학은 어쨌든 최대한 많은 문제를 풀어봐야 모르는 문제에 대한 대처 능력을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기말고사 전이면 보통 6~7권의 문제집을 푼다. 기본 수준의 문제집부터 응용 문제가 많은 고난도 문제집까지 약 3000여개 문제를 푸는 셈이다. 최군은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문제집을 추천받기도 하지만 일단 서점에 가서 살펴보면서 모르는 문제가 많다 싶으면 사온다”고 말했다.

영어는 매일 30분은 단어 외우기에 투자한다. 우선 단어장의 한 페이지를 20~30번 훑어본다. 여느 학생들은 영어 단어를 보면서 뜻을 맞추는 식으로 암기하지만 최군은 한글로 된 뜻을 보면서 영어 단어를 맞춘다. 그때 머리 속으로 단어를 써보면서 철자도 같이 암기한다. 뜻이 여러 개거나 잘 외워지지 않는 단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사전을 활용해 예문을 찾아 읽어보면서 문장으로 외운다. 최군은 “단어장 여러 권을 떼는 것보다는 한 단어장을 서너번 외워 완벽해지는게 낫다”고 말했다. 해외에 체류한 경험은 없지만 영어 문법은 중학교 때 기본적인 수준은 미리 공부해뒀다.

국어는 학교 수업이 가장 중요하고 다음이 복습이다. 최군은 “국어 내신시험은 시험을 직접 출제하는 학교 선생님의 작품 해석이 핵심이다. 수업 내용을 다시 그릴 수 있을정도로 자세히 필기한다”고 말했다. 최군은 중요도에 따라 가장 중요한 내용은 빨간색으로, 그 다음 중요한 것은 파란색으로, 그 외의 내용은 검은색으로 필기한다. 그는 “중요도는 선생님을 잘 관찰하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이 단어의 의미는 ○○이다. 알았지”라는 식으로 반복적으로 설명하면서 강조하는 내용은 빨간색으로 필기한다. 반복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말투로 설명하고 넘어가는 내용은 파란색이다. 그 외에 간단히 언급하는 것들은 검은색이다. 최군은 “이렇게 필기를 해두면 시간이 지난 다음 교과서만 봐도 그날 수업 내용이 녹화한 것처럼 재생된다. 빨간색으로 필기한 내용은 실제 시험에 자주 출제됐다”고 귀띔했다.

부모 “아이 원하는대로 학교·학원 보내”
문제집을 많이 푸는 최군이지만 따로 오답노트는 만들지 않는다.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다. 최군은 “오답노트를 만드는데 적지 않은 시간을 뺏기는데다가 오답노트를 만든 것만으로 ‘공부했다’는 착각을 하게 되고 정작 시험때 잘 안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틀린 문제는 물론 맞춘 문제도 다시 안 틀린다는 보장은 없다. 풀었던 문제집을 처음부터 훑어보면서 틀린 건 다시 손으로 풀고 맞춘 문제도 머리 속으로 간단히 다시 풀어보는 게 낫다”고도 말했다.

어머니 이미지(49)씨는 “승규의 두 형은 대치동을 비롯해 여러 학원을 보내봤는데 억지로 보내는 것 보다는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하게 해주는 편이 낫다는 결론을 얻었다. 책이 필요하다면 사주고 동네 학원에 가고 싶다면 보내줬다”고 말했다. 부모는 자사고에 진학하길 바랐지만 일반고로 가겠다는 아들의 뜻을 따랐다. 최군은 “굳이 자사고에 가서 다른 친구들과 치열하게 경쟁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오히려 일반고에 가서 내가 세운 계획대로 공부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계획은 유연하게 세운다. 다이어리 등에 시간단위 계획표를 짜두고 공부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억지로 시간표에 맞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다. 최군은 “수업 마치고 집에 오면서 ‘오늘은 무슨 과목을 몇시부터 몇시까지 어떻게 공부해봐야겠다’는 식으로 그때그때 계획을 세운다. 만약 생각보다 한 과목 문제 풀이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 ‘내일은 어떻게 해야지’하고 생각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글=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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