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남자의 방식

중앙일보 2016.11.12 00:01 종합 28면 지면보기
김형경 소설가

김형경
소설가

그는 부부싸움 도중 목격한 기막힌 장면을 말해 주었다. 머리끝까지 화난 상태에서 말폭탄을 쏟던 아내가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 순식간에 상냥한 말투, 온화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였다. 그녀도 부부싸움 중 목격하는 광경을 이야기했다. 언어와 행동으로 공격성을 쏟아내던 남편이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을 맞으면서 평온한 낯빛, 정중한 태도로 돌변하는 것을 보면서였다. 그도 그녀도 그와 같은 표변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해했다.

스트레스와 ‘멘붕’의 사건이 이어지는 날들이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도 개인에 따라 스트레스 강도와 해결법이 다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스도 덜 받고, 불편한 감정도 혼자 가만히 경험하고 소화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아 강도, 불안 내성, 성찰 능력 등이 필요하고, 상위 10%의 사람만이 그런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보다 많은 대부분의 사람은 내면의 불편한 감정을 ‘승화’라는 표현 방식으로 해소한다. 운동, 취미, 수다 등 언어나 신체 활동으로 불편한 감정을 위험하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한다. 수다는 여성 전유물로 인식돼 왔지만 요즈음은 남자들의 수다가 흔히 목격된다.
그보다 적은 수의 사람들은 ‘투사’라는 해결법을 사용한다. 만만한 대상을 향해 불편한 감정을 위험한 형태로 쏟아내는 방식이다. 정당하게 분노를 표현해도 된다고 생각되는 대상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행위도 투사작용이다. 그보다 소수의 사람들은 ‘퇴행’이라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작은 일에도 태산에 깔린 듯한 충격을 받으며 유아기와 같은 무기력함으로 돌아간다. 그 모든 마음 작용보다 앞선 기능으로 ‘분열(splitting)’이 있다.

“분열은 유아가 욕구 충족이나 긴장 상태에 따라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좋은 내적 대상과 나쁜 내적 대상을 따로 떼어 인식하면서, 좋은 대상 경험은 보존하고 유아의 타고난 공격성은 외재화하는 작용을 이른다. 분열은 자아의 방어를 위해 사용된다.” 분열 방어기제는 선하고 온유한 감정과, 분노하고 불안한 감정을 따로 떼어 인식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는 기능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아예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마음자리로 옮겨가는 방식이며, 부부싸움 도중 태도가 돌변한 배우자가 사용했던 기능이다. 마음이 확연히 나뉘어 있기에 분노와 다정함, 불안과 평온이 순식간에 교차되어 순수하게 표현된다. 분열은 투사보다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어려움이라고 한다.

김형경 소설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