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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의 시시각각] 박근혜 대통령의 착각

중앙일보 2016.11.11 18:55 종합 30면 지면보기
박재현 논설위원

박재현 논설위원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5%의 지지율이 다져지면서 주말 집회가 끝나면 회복 기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역설적 요인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한때 궁지에 몰렸던 보수단체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성추행 혐의를 받았던 전직 청와대 대변인은 최근 인터넷 방송을 통해 보수층의 결집을 호소했다. 맞불집회도 열기로 했다.

탄핵 유도는 정치공학적 셈법
집회 현장의 민심이 시대정신

여당의 일부 강성 의원들은 야당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들어가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친박(親朴)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나오는 이른바 ‘탄핵 유도설’이다. 정치평론가들 사이에서도 “박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마도 박 대통령과 측근들은 탄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는 것 같다. 헌법 65조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171석(야당+무소속)은 탄핵소추를 발의할 수 있는 숫자에 불과하다. 가결을 하려면 최소한 29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져야 한다. 설사 탄핵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더라도 탄핵 결정이 나기 어려울 것으로 여당은 관측하고 있다. 헌재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이라는 근거에서다. 9명 중 김이수 재판관은 야당 추천 몫으로, 이정미 재판관은 상대적 진보 성향이었던 이용훈 전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임명됐다. 나머지 7명은 보수 성향의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때 8대 1로 해산을 결정한 인적 구조가 그대로다. 내년 초에 박한철 소장이, 3월에 이정미 재판관이 교체될 뿐이다.

하지만 이는 정치공학적 상상에서 비롯된 셈법에 불과하다. 헌재 관계자는 “단순히 정치적 성향으로 향후 판결을 재단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검찰 수사를 통해 위법한 행위가 드러나고 국민들의 탄핵 여론이 거세지면 ‘시대정신’이라는 대의명분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럼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될까. 최순실에 대한 구속 기소가 예정된 19일을 전후해 검찰 수사는 박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박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은 지난해 7월 있었던 7대 그룹 총수와의 비공개 독대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대한 금품 기부를 요구했다면 뇌물 혐의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 이미 판례가 만들어졌다. ‘통치 차원’으로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안기부 대선자금 불법 지원 사건 때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 해석한 바 있다.

많은 사람은 김수남 검찰총장의 수사 의지를 의심한다. 하지만 최순실 사건을 기점으로 검찰 기류가 크게 바뀌었다. 이번 사건이 검찰 수사로 끝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더라도 특검 수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나 청와대 방문조사는 이미 버린 카드라는 말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럴 경우 박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며 이는 탄핵의 사유와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탄핵 여부 결정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국민 여론도 12일 집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국내외 대학의 교수와 학생, 변호사 등의 시국선언이 릴레이 식으로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2선 후퇴’ 요구는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는 외침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 언론은 최순실 사건을 ‘기묘한(bizarre) 대통령 스캔들’이라고 묘사하며 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진실을 숨기려는 권력자의 모습은 추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결단할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법리는 물론 정치적으로도 박 대통령을 위한 공간은 커 보이지 않는다.

박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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