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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밖은 영하 10도인데 청와대 안은 영상 10도”

중앙선데이 2016.11.11 17:36
? VIP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이정민입니다.



?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의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일(12일)이면 주말 광화문 광장 집회도 3주째가 됩니다. 첫 주 2만여명이던 집회 인파는 지난주 20만명(경찰 추산은 5만명)으로 불어나더니 12일 집회엔 40만-50만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합니다. 해외에서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교민·유학생들의 릴레이 집회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2주 연속 대통령 지지율이 5%에 머물고 있고,국정에 대한 부정 평가가 역대 최고치인 90%에 이른다(갤럽 조사)고 하니 이쯤 되면,하야 요구냐 2선 후퇴 요구냐 하는 온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미 '대통령 박근혜'는 국민들 마음속으로부터 탄핵된 존재나 다름없어 보입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까지의 거리는 불과 1.5 ㎞입니다. 성난 민심의 메아리가 도달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박 대통령은 점점 높아지는 함성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며칠전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독대하고 나온 종교 지도자 한 분이 의미심장한 말씀을 전합니다.? "밖은 영하 10도인데 청와대 안은 영상 10도다. 청와대와 야당이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르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영상 10도의 청와대-.그래서일까요? 두 차례의 면피성 담화를 발표한 이후 화면에 비친 박 대통령의 모습은 평온을 되찾은 듯 침착해 보입니다. 야당 거부를 무릅쓰고 국회를 찾아가 "책임총리를 추천해달라"는 메시지를 시위하듯 던져놓고는, 외국 정상을 접견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전화통화를 하는 대통령의 얼굴에 번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역시 산전수전 다 겪은 대통령답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온 나라가 패닉에 빠져있는데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에 안도라도 해야 하는 걸까요??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함구한 채 국회에 공을 넘긴 박 대통령은 '진지전(陣地戰)'에 돌입했습니다. 철옹성을 쌓고 그 안에 들어앉아 방어에만 주력하는게 진지전이죠. 공격하는 쪽은 대개 전투다운 전투는 해보지 못한채, 장기화되는 성곽 때리기에 지쳐 전투력이 와해되고 끝내 자멸해버립니다.? 정치권의 지리멸렬과 자중지란을 노린 전략이 바로 진지전일 것입니다. 책임총리 추천을 둘러싸고 각기 셈법이 다른 정당,특히 차기 후보들간의 반목과 갈등이 빚어낼 분열과 그걸 보는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가 최순실이 촉발한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커져가는 경제·안보의 불확실성에 국민의 분노가 불안으로 전환될 수만 있다면…진지전은 정치생명을 연장하는데 꼭 들어맞는 성공 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단초가 보입니다. 청와대는 오늘 "세월호 7시간동안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정상 집무했다" "성형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은 유언비어"라며 적극 해명에 나섰고,교육부총리를 앞세워 "트럼프의 당선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가안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평화적인 집회가 돼도록 국민들이 뜻을 모아달라"는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불안 심리를 자극해 반전을 꾀하고 정통 보수층의 재결집을 노린 제스처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광장에 나가본 사람들은 압니다. 전국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시민들의 함성이 얄팍한 정치적 노림수나 꼼수에 의해 꺾일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광화문 집회는 이념과 진영의 이익을 좇아 편가르기를 했던 과거식 정치투쟁도,폭력과 파괴를 동반한 선동 집회도 아닙니다. 중·고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광장으로 그들을 불러낸 것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깨뜨린 최순실 일파의 사악함에 대한 분노이고,세계의 부러움을 사던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성공신화를 짓밟고 수백년전의 왕정으로 회귀시킨데 대한 분노이며, 국민앞에 고개 숙이면서도 끝내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고 웅변하는 대통령의 유체이탈에 대한 배신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 6월의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투표에 이어 이번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한 영국과 미국의 주류 사회는 패닉에 빠졌습니다. 바닥 민심에 둔감했던 제도권 주류 정치가 역류하는 민심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 허를 찔린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광화문 집회의 본질을 이해해야 하겠습니다. 식상한 정치공학적 접근과 셈법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둑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은 하루 속히 국정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 #막오른 트럼프 시대,그의 진짜 생각을 읽다? 이번주 중앙SUNDAY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대 한반도 정책을 가름해보고 향후 우리가 취해야 할 외교안보 정책을 모색하는 기사를 마련했습니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김현종 전 유엔대사가 미 대선 기간중 트럼프 캠프의 핵심 참모들 십여명과 만나 장시간 토론한 내용을 특별기고 형식으로 꾸몄습니다.? 워싱턴D.C.에서 만난 트럼프의 외교안보 참모들은 트럼프의 생각을 읽으려면 그의 저서 『The Art of the Comeback(귀환의 기술)』을 읽어보라고 조언했답니다. 자신이 자금난과 파산을 겪었을 때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소개한 이 책에서 트럼프는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상대방의 정서와 동기를 파악해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업인의 마인드로 볼때 "김정은을 연구 분석해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햄버거를 먹으면서 핵 문제를 해결하려 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의 장사꾼 기질과 승부의 기술을 면밀히 분석한 후 외교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하겠습니다.



? #송호근이 본 광장의 함성? 사회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접한 성난 민심의 뿌리를 분석합니다. 광화문 광장의 함성을 '오염된 주권'을 회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분석한 송 교수의 통찰이 담긴 르포는 향후 최순실 정국의 향방을 가늠해보는 가름자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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