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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선 이틀 만에 백악관·의회 돌며 워싱턴 접수

중앙일보 2016.11.11 14:55
미국 45대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가 10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워싱턴 접수'에 나섰다.

트럼프는 먼저 이날 오전 11시30분 백악관을 방문,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하고 '정권인수'를 협의했다. 이어 의회에서 의회 지도부들을 만나 의회 권력 접수 방안도 논의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조 바이든 부통령, 멜라니아는 미셸을 백악관에서 만나 퍼스트레이디 인수를 협의했다. 백악관 기자회견장에는 트럼프 언론담당 호프 힉스 등 트럼프 참모들이 몰려 가 참관했다. 대선 후 이틀, 당선 확정 후 하루 만의 속전속결이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당선 시는 대선 6일후였다.

이날 백악관 회담은 일단 '화합'의 모양새를 갖췄다. 1시간30분 동안의 회담 후 양자는 악수를 하며 3분가량 언론에 모습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예정시간(약 15분)을 넘기면서 몇몇 '어려운 일'과 그동안 이룩한 정말 위대한 일들을 포함해 여러 상황을 논의했다"며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은 대단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처음 둘이 만났는데 (오바마는)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앞으로도 오바마 대통령의 자문을 고대한다"고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오늘 만남은 매우 훌륭했다(excellent)"며 "현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며 당선인이 성공해야 미국이 성공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또 "정당이나 정치적 성향에 상관없이 함께 협력해 이 같은 도전을 다루는 게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양자가 어떤 사안을 논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외교문제를 포함해 국내 이슈까지 광범위하게 논의됐다"(오바마)는 점으로 미뤄 트럼프가 철회 방침을 밝힌 바 있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 제도) 문제와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논의됐을 공산도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은 형식적으로는 양자가 손을 잡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바마의 굳은 표정에서 보듯 과거 정권과 같은 온화한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평했다. 양자는 오랜 기간 오바마의 출생지 논란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고 이번 대선 기간 중에도 격하게 대립했다.

이날 양자는 관례처럼 돼 있는 대통령 부부와 당선인 부부 간 공개 기념촬영을 하지 않았다. 2000년 '조지 H W 부시-빌 클린턴' 때는 부부 동반 점심 식사까지 했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 후 "기본적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에 부적합하다는) 오바마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는 말도 했다. 한마디로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정권 이양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도 역대 당선자와는 다른 행동을 취했다. 그는 이날 오전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워싱턴DC로 향하면서 자신의 전용기에 수행 기자들을 태우지 않았다. 자신에 부정적인 보도로 일관했던 주류 언론에 대한 불만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회담을 마친 트럼프는 멜라니아, 펜스와 함께 의회로 가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상원원내대표 등 수뇌부를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선거전 내내 트럼프를 견제했던 라이언은 워싱턴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의회 베란다로 트럼프 부부를 안내해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선서를 하는 장소, 한달 전 개관한 '트럼프 호텔'의 위치를 소개하는 '가이드' 역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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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와 오바마 회동 시 장녀 이방카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35)가 데니스 맥도너 현 백악관 비서실장과 담소를 나눈 점으로 미뤄 쿠슈너가 차기 비서실장 혹은 백악관 핵심 포스트를 맡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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