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생들 마음 ‘아는 형님’ 차두리

중앙일보 2016.11.11 00:57 종합 24면 지면보기
캐나다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이정협(왼쪽)·홍정호와 함께 훈련 중인 차두리(오른쪽) 전력분석관. [뉴시스]

캐나다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이정협(왼쪽)·홍정호와 함께 훈련 중인 차두리(오른쪽) 전력분석관. [뉴시스]

한국축구대표팀과 캐나다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10일 천안종합운동장.

침체된 월드컵팀 전력분석관 합류
슈틸리케 통역, 코치까지 1인3역
후배들 다독이고 팀 분위기 살려

훈련을 지시하는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 옆에는 낯익은 남자가 서있었다. 차두리(36) 대표팀 전력분석관이다.

선수 시절 ‘차미네이터(차두리+터미네이터)’라 불리다 지난해 은퇴한 차두리는 지난달 27일 대표팀 전력분석관에 선임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한국이 조 3위에 머물자 대한축구협회는 차두리에게 SOS를 쳤다. 특히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중요한 경기다. 차두리는 아직 대표팀 코치에 필요한 A급 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아 전력분석관을 맡았다.

이재철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과장은 “차두리 전력분석관이 1인3역을 훌륭히 수행 중”이라고 전했다. 먼저 차두리는 자진해서 독일인 슈틸리케 감독의 ‘통역’을 맡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차두리는 현지인 못지 않은 독일어를 구사한다. 그동안 카를로스 아르무아(아르헨티나) 코치를 배려해 스페인어를 써왔던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소집부터 모국어인 독일어로 지시한다. 그러면 차두리가 선수들에게 우리말로 전달한다. 수비수 홍정호(27·장쑤)는 “차 분석관이 감독님의 지시를 세밀하게 통역해준다”고 고마워했다. 측면 수비수가 공을 빼앗겼을 때 “눌러(압박해)” “빠져(뒤로 물러서 수비해)” 같은 쉬운 말로 전술을 가르친다.

현역 대표 시절 이영표(39)와 함께 한국축구 좌우수비를 책임졌던 차두리는 실질적인 ‘플레잉 코치’ 역할도 하고 있다. 맏형 같은 리더십으로 취약 포지션인 수비진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해준다. 부상 선수들을 대신해 선수들과 함께 연습 경기에 나서기도 한다. 은퇴한지 1년밖에 안 된 차두리는 여전히 로봇처럼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빠른 스피드를 과시하고 있다.

차두리는 우즈베크의 전력을 분석하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차두리는 지난해 1월 우즈베크와의 아시안컵 8강전에서 60m 폭풍 드리블로 손흥민(24·토트넘)의 골을 도운 적이 있다. 차두리가 전력분석관으로 합류한 이후 대표팀의 분위기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지난달 이란과의 4차전 패배 직후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 불화설이 나왔지만 요즘 훈련장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손흥민은 “두리 삼촌”이라고 부르며 차두리를 잘 따른다. 차두리는 후배들에게 “우리는 월드컵 4강에 올랐던 대한민국 대표팀”이라면서 태극마크의 자부심을 강조하고 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