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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에 스프링 달았니? 178㎝ 사익스 ‘덩크쇼’

중앙일보 2016.11.11 00:57 종합 24면 지면보기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내 평생 단 한 번만이라도/ 얼마나 짜릿한 그 기분을 느낄까.’

러닝 점프 최대 110㎝까지 기록
NBA 스타 제임스보다 8㎝ 높아
화려한 덩크로 농구팬 사로잡아
작은 키 때문에 NBA 꿈 좌절
올 인삼공사 포인트 가드 맡아
7경기 평균 13.4점, 5.8도움 활약

가수 이승환이 부른 ‘덩크슛’이란 노래의 가사 일부다. 이 노래처럼 덩크슛은 모든 농구인들의 꿈이다. 화끈한 덩크슛 한 방은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하고, 상대방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홈코트인 안양실내체육관에서 투핸드 덩크슛을 성공한 뒤 환하게 웃는 키퍼 사익스. 그는 “덩크슛으로 농구팬들을 더 즐겁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안양=임현동 기자]

홈코트인 안양실내체육관에서 투핸드 덩크슛을 성공한 뒤 환하게 웃는 키퍼 사익스. 그는 “덩크슛으로 농구팬들을 더 즐겁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말했다. [안양=임현동 기자]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포인트가드 키퍼 사익스(23)의 덩크슛은 특별하다. 그의 키는 불과 1m78cm. 프로농구 선수로는 무척 작은 키다. 그러나 그는 마음만 먹으면공중에 솟구친 뒤 호쾌한 덩크슛을 터뜨릴 수 있다. 지난 3일 부산 kt와의 경기에서 그는 3개의 덩크슛을 터뜨렸다. 특히 3쿼터 초반 상대 공격을 가로챈 뒤 상대 림을 향해 높이 솟구쳐 올라 터뜨린 원핸드 덩크슛은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사익스의 덩크슛에 농구팬들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보는 에어 덩크” “신발에 스프링이 달렸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올 시즌 7경기에서 이미 5개의 덩크슛을 성공시켰다.

9일 인삼공사 홈 코트인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사익스를 만나 덩크슛을 잘하는 비결을 물어봤다. 사익스는 “덩크슛은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최고의 장기다. 내가 지금까지 뛸 수 있게 된 이유도 덩크슛 덕분”이라고 말했다. 사익스는 취재진 앞에서 잠시 몸을 풀더니 원핸드, 투핸드 덩크슛을 잇따라 터뜨렸다.
 
 

사익스가 덩크슛을 처음 성공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작은 키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가드를 맡았던 그는 늘 키 큰 센터나 포워드에게 패스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마음 속엔 늘 덩크슛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고향 시카고의 자랑이었던 농구 전설 마이클 조던(53·은퇴)의 덩크슛은 사익스의 마음을 들썩이게 했다. 그는 “키 큰 친구들이 마음놓고 하는 덩크슛이 부럽기 짝이 없었다. 언젠가 나도 꼭 도전하리라 마음 먹었다. 처음 덩크슛을 성공했을 때의 그 짜릿한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고교 3학년 때 부터는 다양한 덩크슛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덩크슛을 하려면 높은 점프가 필수다. 미국 농구 전문 사이트인 드래프트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사익스는 제자리에선 86cm, 러닝 점프로는 1m10cm까지 뛰어오를 수 있다. 팔을 위로 뻗어 잰 최대 길이를 뜻하는 스탠딩 리치는 2m37.5cm. 조금만 점프를 하면 그는 어렵지 않게 3m5cm 높이의 림에 닿을 수 있다. 사익스의 점프 높이는 미국프로농구(NBA)의 평균 기록(28인치·약 71.1cm)을 뛰어넘는다. 사익스는 “미식축구를 했던 아버지의 운동 신경을 물려받았다. 점프력은 타고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교 때 점프력을 키우기 위해 다리와 종아리 근육 강화 훈련을 통해 하체를 튼튼하게 만들었다. 해변가 모래 사장에서 뜀박질을 했고, 요가를 통해 유연성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NBA 하부리그인 D리그의 덩크슛 컨테스트 결선에도 올랐던 그는 “KBL 올스타전에 덩크슛 컨테스트가 있다고 들었다. 기회가 되면 내 능력을 살려보겠다”고 말했다.

고교 때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사익스는 대학에서 서서히 빛을 발했다. 미국 대학농구에서 중하위권에 속하는 그린베이대에 입학한 그는 1학년 때부터 주전 선수로 뛰었고, 3·4학년 땐 지역 리그 올해의 선수상을 두차례 연속 받았다. 2015-16 시즌엔 NBA D리그 오스틴 스퍼스에서 50경기에 나와 12.4점, 3.6리바운드, 3.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작은 키 탓에 NBA 진출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사익스는 1m93cm 이하 단신 외국인 선수를 뽑는 KBL의 규정 덕분에 지난 7월 외국인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인삼공사에 입단했다.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은 “오세근(2m), 사이먼(2m3cm) 등 빅맨 자원이 좋은 우리 팀에겐 사익스 같은 선수가 꼭 필요했다. 승부욕이 뒤어나서 국내 무대에 적응하면 훨씬 좋은 기록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개막 이후 7경기에서 평균 13.4점, 5.8어시스트, 4리바운드를 기록한 사익스는 “지난 시즌 오리온의 우승을 이끈 조 잭슨(24·1m80cm)의 얘기를 들었다. 화끈한 플레이로 팀 우승에 기여하는 잭슨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키가 작은 건 결코 콤플렉스가 아니다. 오히려 더 덩크슛에 도전하고 싶은 이유”라며 “상대 선수 얼굴 위로 솟구쳐 오르는 ‘인 유어 페이스(in your face)’ 덩크슛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키퍼 사익스는…
● 생년월일: 1993년 12월30일

● 신체조건: 키 1m78cm, 몸무게 76㎏

● 출생지: 미국 시카고

● 출신학교: 위스콘신주 그린베이대

● 소속팀: 안양 KGC인삼공사(2016 KBL 외국선수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

● 포지션: 포인트가드

● 기록(10일 현재): 13.4점, 5.8어시스트(4위) 4리바운드, 덩크슛 5개(8위)

● 스탠딩 리치 : 2m37.5cm

안양=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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