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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천안함 피격, 연평도 도발 다루고 6·25 북한 전면 책임 강조

중앙일보 2016.11.09 02:30 종합 14면 지면보기
국정 한국사 교과서의 현대사에서 2010년 발생했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관한 내용이 들어갔다. 또 이병철·정주영·박태준 등 주요 기업 창업주들이 소개되는 등 경제성장 과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서술한 내용도 포함됐다. 본지는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 관계자들을 상대로 해당 내용을 8일 확인했다. 전체 집필진 46명 중 21명이 쓴 고교 한국사 교과서 원고는 지난 9, 10월 편찬심의위원회를 거쳐 개고본(改稿本·수정을 거친 원고)으로 나온 상태다. 국정교과서 도입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교과서는 오는 28일 전면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정 한국사 교과서의 개고본 내용이 기존 검정교과서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북한에 대한 비판적 서술이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우선 북한에 의한 주요 도발 사건들이 기술됐다. 아웅산 테러사건, KAL기 폭파사건,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검정교과서(2013년본)는 8종 중 천재·비상·리베르 등 3종이 천안함 폭침사건을 서술하지 않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도발 사건의 행위 주체와 성격을 분명히 하기 위해 천안함 폭침사건을 북한의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연평도 포격사건은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으로 명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에선 천안함의 원인을 두고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천안함 ‘침몰’ 사건이라고 부르는데 이를 바로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 주민통제” 등 비판적 서술 늘려
산업화 과정 기업인 도전정신 부각
이병철·정주영·박태준 등 소개
독도 우리 땅 근거 자세히 설명
일각선 “북과 공존보다 대립 치우쳐”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줄어들었다. 기존 검정교과서(금성출판사)는 주체사상에 대해 “북한 학계에서는 주체사상을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고 인민 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이라고 주장한다”는 등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정 교과서에서는 이런 내용이 줄어들고, ‘정적 제거와 북한 주민들의 통제 및 권력세습을 위해 활용됐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교육부가 기존 검정교과서에 대해 수정하라고 요구했던 내용들도 국정 한국사 교과서에 대부분 실렸다. ▶북한의 토지개혁 한계 명시 ▶남북 분단 및 6·25전쟁의 북한의 ‘전면적’ 책임 강조 ▶대한민국이 유엔으로부터 인정받은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명시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북한의 인권 상황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등을 근거로 자세히 서술했으며, 6·25전쟁 중 일어났던 북한군에 의한 양민 학살사건도 들어갔다.

산업화 과정에 대한 긍정적인 서술도 보강됐다. 특히 이병철·정주영·박태준 등 주요 기업 창업주가 경제성장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에 소개됐다. 기존 검정교과서 대부분은 이들의 이름을 기술하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주요 기업인의 예를 들어 경제 발전 과정에서 보여줬던 기업가들의 도전정신을 강조했다”며 “경제성장 과정에서도 창업주뿐 아니라 전태일 열사도 충분히 기술하는 등 노동운동도 상당 부분 서술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근대사 단원에서는 독도·간도를 소주제로 묶어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라는 사실과 그 근거가 자세히 소개됐다. 또 일제에 의해 이뤄진 독도의 불법 편입 및 간도 협약의 부당성이 강조됐다.

국정교과서가 집필·심의를 거쳐 공개를 앞두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래엔 한국사 교과서 대표저자인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이미 한국사 교과서는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서술해 건국절 논란이 일으켰다”며 “여기에 대기업 옹호를 통해 박정희 정권의 개발독재를 미화하고, 북한과의 관계에서 화합·공존보다는 갈등·대립을 강조해 또 논란을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개고본은 이달 중순 편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한 번 더 거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개고본의 내용이 수정될 수도 있다. 교육부는 28일 현장검토본 공개 이후 한 달간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내년 1월 최종본을 확정한 뒤 단일 교과서로 전국 고등학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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