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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서 실패하는 세 가지 이유와 성공의 세 가지 요체

중앙일보 2016.11.09 00:47 종합 26면 지면보기
류재윤 BDO 이현 회계·세무법인 고문

류재윤
BDO 이현 회계·세무법인 고문

누구나 성공을 향해 달린다. 실패를 목적으로 삼는 경우는 없다. 중국 사업도 마찬가지다. 큰 꿈을 갖고 도전한다. 물론 쉽지 않으리라 단단히 마음 준비를 하건만 생각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는 게 다반사다. 특히 다른 지역에선 잘되던 사업도 유독 중국 시장에선 안 풀리는 경우가 많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정보가 부족한가, 아니면 사람을 잘못 만났나. 중국에서 실패를 부르는 세 가지 이유와 성공하기 위한 세 가지 사항을 살펴본다. 

중국 비즈니스 실패의 세 가지는
중국 자체에 대한 이해 부족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엉터리 중국 전문가 활용에 있어

중국에서 성공 부르는 세 가지는
품위 있는 중국어 공부와 함께
말귀 알아듣기 위한 문화 이해
가능한 한 많은 중국 친구 사귀기


신호와 잡음을 구분하라

중국 사업의 난점으로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다. 그래서 정확한 상황 파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의 부족’ 현상은 중국 비즈니스 현장에서 수도 없이 부딪치게 되는 어려움 중 하나다. 그런가 하면 믿었던 이에게 속았다고 울분을 토하는 이도 많다. 오랜 중국 경험에도 불구하고 ‘속은 결과만 알지 속은 이유를 모르는(只知其然 不知所以然)’ 경우가 태반이다.
과연 정보가 부족해서일까? 사실 중국은 정보가 넘쳐난다. 문제는 정확성 여부 확인이다. 중국엔 ‘말을 안 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다. 말을 해도 그냥 생각 없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말이라도 해야 한다(不說白不說 說了也白說 白說也要說)’는 말이 있다. 언론이 통제되는 사회일수록 유언비어가 많다. 중국은 특유의 ‘잡담 문화(聊天文化)’를 갖고 있다. 무책임한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배경이다.

따라서 듣게 되는 말은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 중국 특유의 잡담 문화가 뿜어내는 수많은 정보 중 어떤 게 영양가 있는 신호(信號)이고 또 어떤 게 흰소리에 불과한 잡음(雜音)인지를 분별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중국 실패의 세 가지 이유
중국에서 실패하는 수많은 이유를 종합하면 결국엔 세 가지로 귀결된다. 첫 번째는 중국을 몰라서, 두 번째는 문제를 제대로 파악 못해서, 세 번째는 전문가 활용에 실패해서다. 우선 중국을 몰라 실패한 사례를 보자. 최근 자동차 사업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로 고통받는 대기업들이 있다. 중국 시장을 보고 경쟁적으로 들어왔는데 갑자기 우리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한시적으로(?) 원천 봉쇄한 것이다.

중국을 모르는 담당자들은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 탓으로 돌리지만 사실 이번 변화의 근거인 ‘시장은 내주고 기술을 받는다(市場換技術)’는 정책은 이미 1980년대부터 중국 정부가 추구하던 것이었다. 전혀 새삼스러운 정책이 아니므로 늘 조심스럽게 주시했어야 할 사항이다. 한데 이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가 중국 정부가 ‘기술 이전’에 보다 역점을 두는 걸 갖고 중국 정부의 정책이 갑작스레 변했다고 불평을 한다. 중국 시장에 대한 공부 부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다. 날아온 돌에 맞았다면 어느 돌에 맞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실제 사업을 하면서 중요한 건 날아온 돌 자체보다는 ‘돌을 던진 사람이 누구인지’ ‘돌을 던지라고 사주한 사람이 누군지’를 꼭 따져야 한다. ‘어리석은 개는 돌이 날아오면 돌을 물고, 영리한 개는 돌 던진 이를 문다’는 말이 있다. 이는 문제가 생기게 된 본질을 파악하라는 이야기다. 그래야 문제가 생기는 걸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창문은 비가 들이치기 전에 미리 수리를 마쳐야 하지 않겠는가.

세 번째는 엉터리 ‘중국 전문가’ 활용이다. 문제가 터지면 부랴부랴 해결사로서의 중국 전문가를 찾는다. 한데 제대로 된 중국 전문가를 찾는 게 아니라 ‘전문가 행세’를 하는 이들을 쓰다 보니 낭패를 본다. 이들은 비록 몸은 중국에 있지만 생활은 한국에서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중국인들과 어울리는 게 아니라 한국인들과만 대화한다. 이들의 상투어는 “99%는 다 됐는데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겼다” “뜻밖이다. 이래서 중국이 어렵다” 등이다.

최근엔 애꿎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만 매를 맞고 있다. 문제가 풀리지 않는 걸 모두 사드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사드 때문에 한·중 관계가 경색된 걸 오히려 반기는 어처구니없는 중국 전문가들이 수두룩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 해결사를 초빙할 때는 ‘모셔올 때’뿐 아니라 ‘떠나보낼 때’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신을 모시기는 쉽지만 보내기는 어렵다(請神容易送神難)’는 중국 격언이 있다. 자칫 후유증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성공을 위한 세 요소
중국에서 이렇게 하면 꼭 성공한다는 것과 같은 정답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중국어와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 그리고 중국 친구 셋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중국어 공부다. 중국인처럼 잘할 수는 없지만 어설픈 중국어는 만용이다. 밥집과 술집에서 적당히 중국어를 익힌 실력의 한 우리 대기업 임원 A씨가 중국 고위층과의 식사 자리에서 ‘통역 없이’ 중국어로 소통에 나선 적이 있다. 중국 관리들은 테이블에선 “중국어를 잘한다”며 웃었지만 모임이 파한 뒤엔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말만 통하면 되지 않나’란 자아도취에 빠진 이는 절대 고수가 될 수 없다. 한 계단 더 오르려면 중국 속담이나 고사성어를 하나라도 더 외우는 게 방법이다. 중국인들은 논리 정연한 대화보다는 함축된 의미를 은근히 전할 수 있는 시의 한 구절이나 성어를 심정적으로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성공을 위한 두 번째 요체는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다. 중국인이 하는 ‘말’보다는 ‘말귀’를 알아듣기 위해서다. 실패하는 많은 이가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중국인은 현장에선 “좋다(好)”고 해 놓고 나중에 딴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인의 ‘좋다’를 ‘동의한다’로 이해하는 건 우리 잘못이다. 중국인의 ‘좋다’는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당신 생각은 잘 알겠다’ ‘당신 입장에서 보면 일리가 있다’ 정도로 이해하는 게 본의에 가깝다.

중국인은 체면을 중시하기에 면전에서 ‘나쁘다(不好)’라고 할 수 없어서 그저 ‘좋다’고 했을 뿐이다. 임어당(林語堂)이 중국인을 지배하는 세 명의 여신으로 체면(面)과 운명(命), 보은(恩)을 꼽은 점을 알고 있다면 쉽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중국인의 ‘좋다’ 발언 뒤엔 ‘남에 대한 배려’와 ‘나의 자존감 지키기’가 동시에 담겨 있는 것이다.

끝으로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좋은 중국 친구를 많이 사귀어야 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건 마치 지뢰가 도처에 깔린 푸른 초원을 달리는 것과 같다. 망하지 않으려면 지뢰를 피해야 하는데 이를 알려줄 수 있는 이는 중국 친구다. 한데 중국인들은 이런 리스크(지뢰의 위치)를 아무에게나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아는 이’와 ‘모르는 이’에 대한 차별이 심하기 때문이다. ‘좋은 물을 누가 남의 밭에 대주려 하겠는가(肥水不流外人田)’란 말을 중국인들은 입버릇처럼 한다.
가능한 한 많은 중국 친구들과 ‘관시(關係)’를 맺어야 한다. 최근엔 ‘관시’라 말하면 바로 부패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정말 중국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중국에선 ‘친구가 하나 더 있으면 살아갈 길이 하나 더 많아진다(多一個朋友 多一條路)’는 말처럼 중국인과의 친구 맺기를 ‘부정한 관시 구축’으로 오해하는 건 무척 어리석은 일이다. 총을 잘못 다루면 다칠까 봐 전쟁터에서 총을 안 지니는 게 정상인가.

중국통의 성장 환경 만들자

물이 불어나면 배 또한 따라 올라가는 법이다(水漲船高). 그러면 선상에서 보이는 모든 경치가 달라진다. 심지어 뱃길이 바뀐다. 우리의 중국 전문가가 많아지면 중국을 보는 눈, 중국을 대하는 방법 등 중국에 대한 우리의 전략이 한층 더 세련돼질 것이다.

축구 경기를 하려는데 농구 선수들만 잔뜩 뽑아서야 되나. 지금은 실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축구를 좋아하고, 그래서 노력하는 즉,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 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지식을 가졌다고 해서 중국이라는 현장에 대해서도 ‘내가 전문가’라고 주장하는 인재(人才) 집단은 결국 인재(人災) 집단이 되고 말 것이다.

내년으로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는다. 지나온 세월의 무게만큼 한·중 간의 사귐도 깊이를 더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인끼리만 통하는 무늬만 중국 전문가가 아닌, 중국에서도 통하는 진짜 중국통을 양성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를 위한 백년대계(百年大計)이기도 하다.
 
◆류재윤
서울대 중문과를 나와 중국 칭화대 경영학 석사와 베이징대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부터 19년간 삼성의 베이징 주재원으로 일하며 풍부한 중국 현장 경험과 중국 인맥을 쌓았다.

류재윤 BDO 이현 회계·세무법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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