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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기 대선 땐 문재인·안철수만 출마? 선관위 “사실 아니다”

중앙일보 2016.11.07 02:30 종합 3면 지면보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5일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밖에 대선에 출마 못한다”고 주장해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하야하면 60일 내에 후임자를 선출하게 된다”며 “공무원의 경우 90일 내에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공직선거법 53조)에 따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된다”고 적었다. 박 시장도 이미 지난 2일 같은 논리로 “대선 출마 포기를 각오하고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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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조기 대선 시 출마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본지가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작성해 야당에 제출한 ‘선거 주요 사무 일정’이란 제목의 문건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다. 선관위 문건은 국민의당 지도부가 “조기 대선 일정을 법 조항에 근거해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따라 작성됐다. 대통령 하야 상황을 전제로 대선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는 뜻이다.

국민의당 요청받고 문건 만들어
야당서 조기 대선 전략 준비 정황
대통령 하야하면 60일 내 대선
선거법, 공직자 90일 전 사퇴 맞지만
보선 등 땐 30일 전 그만두면 돼
박원순·남경필 등도 출마 가능


정 원내대표가 적은 대로 대통령 하야 시 60일 이내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하야 같은 대통령 궐위(闕位) 상황에 의한 보궐선거 시 자치단체장은 선거 90일 전이 아니라 30일 전까지만 현직을 그만두면 된다고 선관위는 해석했다. 선관위는 현직 단체장의 출마가 가능하다는 전제로 후보등록을 선거 23일 전까지 마치도록 할 계획이라고 적시했다. 정상적인 일정에 따른 대선이라면 현직 단체장은 대선 전 90일 전에 사퇴해야 하지만 하야 상황에서는 “출마가 가능하다”고 선관위는 문건에 적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보궐선거에 대한 규정이 없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법에서 단체장의 사퇴 시점(선거일에서 90일 전) 예외조항을 인정했기 때문에 단체장들이 출마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문건대로라면 법적 논란과 무관하게 조기 대선이 열리면 임기가 연말까지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아예 후보자 등록도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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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에선 조기 대선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당 핵심 관계자는 “당내에서 반 총장을 제외한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의 대결을 상정한 시나리오를 이미 검토했다”고 전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해선 안철수 전 대표와도 교감한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당 이태규 의원은 “60일 내에 (정치권에) 새 판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 자칫 조기 선거를 하면 민주당에 유리한 구조로 갈 수도 있다”고 봤다.

문재인 전 대표는 “대통령이 끝내 국민에게 맞선다면 중대한 결심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압박하면서도 하야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하고 있다. 박원순·이재명 시장 등은 연일 강경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박 시장 측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새 판을 짜면 문 전 대표가 주도하는 야권의 대선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대통령 하야가 아니라 탄핵 후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강경론을 앞세워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강태화·이지상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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