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팝도 라틴팝처럼 메인 음악시장으로 갈 가능성 봤다”

중앙일보 2016.11.07 01:15 종합 24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방탄소년단(이하 방탄)이 2집 앨범으로 거둔 성과 덕에 방시혁(44·사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소속사로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였다. 스스로 ‘인터넷 서핑왕’이라고 부를 정도로 팬 반응을 살폈다. ‘방탄의 어떤 매력이 서구시장을 움직인 걸까’라는 질문을 숱하게 받았다. 방 대표도 답하기보다 되려 궁금해 하는 쪽이었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빌보드 100위내 들면 좋겠다 생각
첫 주 예상 뛰어넘어 나도 깜짝 놀라
서구인에 익숙한 힙합 리듬 통한 듯
사업은 SM, 음악은 YG가 롤모델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지난 ‘화양연화 pt2 앨범’이 171위를 기록했던 터라 100위안에만 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주 결과가 나왔는데 우리도 충격받았어요. 서구권의 니즈가 엄청나구나, 방탄이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이른바 뚜껑이 열린 것 같습니다.”

최근 K팝은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싸이나 빅뱅 등이 있지만 저변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방 대표는 “방탄의 이번 빌보드 기록은 하위문화에 머물러 있던 K팝이 미국·유럽과 같은 주요시장에서 보편문화로 소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고 조심스레 평가했다.
 
방탄의 인기가 해외에서 더 뜨거운 것 같다.
“해외에서의 인기가 크니까 국내시장에서 ‘이렇게 큰 가수였어?’라며 역으로 인기가 더 올라간다. 방탄은 데뷔 이래 이런 ‘역수입’같은 리액션이 계속되며 성장했다. 팬 반응을 꾸준히 살피고 논의한 결과 비결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비결이 뭔가.
“첫째 방탄 멤버도 저도 좋아하는 흑인음악(힙합)을 바탕으로 곡 작업을 한 게 주효했다. 서구는 오랜 팝의 전통이 있다. 음악을 장르로 구분해 듣는다. 그런데 K팝은 장르를 따지기 어렵다. 트렌디한 비트인데 한국스런 멜로디, 퍼포먼스 등이 섞이다 보니 보편적이진 않았다. 방탄은 기존 K팝보다 서구인이 듣기 편한 장르의 음악을 만든 것 같다. 둘째는 멤버들이 직접 곡 작업을 한다는 거다. 서구 시장에서는 노래에 가수의 영혼이 얼마나 녹아 있는 지를 중요하게 본다. 마지막으로 노래 가사의 동시대성이다. 사랑, 이별 노래가 다수인 기존 K팝과 달리 방탄은 학교, 청춘 등 겪고 있는 이야기를 한다.”
2013년 데뷔 땐 ‘흙수저 아이돌’로 불리기도 했다.
“어울리는 별칭이다. 우리 회사가 대형 기획사도 아닌데다가 아이돌 그룹을 만든 게 걸그룹 글램에 이어 두번째다. 데뷔 당시 시장 상황 분석도 잘 못했다. 물론 스타 작곡가 ‘방시혁’이 있는데 뭐가 흙수저라는 거냐는 질타도 있긴 했지만.”

방탄 멤버들은 스스로 곡 작업을 한다. 방 대표는 연습생시절부터 멤버들이 스스로 연습하게끔 내버려뒀다. 스케줄도 멤버들이 알아서 조율한다. 이런 자율적인 면은 YG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육성 시스템과 비슷하다. 방탄은 지난해 ‘화양 연화 pt 1·2’ 앨범을 48만장 팔았다. 2집 앨범 ‘윙스’의 경우 선주문양만 50만장이 넘었다. 하나의 앨범을 내고 리패키지해서 다시 선보이는 판매 전략은 SM엔터테인먼트와 비슷하다. 국내 대형 기획사 두 곳의 전략을 적절히 취하며 성공적인 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YG와 SM이 결합한 듯 보인다면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 시작할 때 정말 아무 것도 몰라서, 사업적인 측면으로 SM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적으로는 힙합을 기반으로 (YG처럼) 멤버들이 좀 더 자율성을 갖고 작업하게 했고. 가수들 보고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면 어려워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방탄 멤버들은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쪽이다.”

방 대표는 국내 가요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석 프로듀서로 일하다 2005년 빅히트를 설립했다.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작사·작곡한 스타 작곡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K팝의 글로벌한 인기 비결로 ‘시각적인 보편성’을 꼽았다. 곡예에 가까운 칼군무, 뮤직비디오 등이 어우러져 언어 장벽을 뛰어 넘어섰기 때문이다. “아이튠즈에 K팝 차트가 생긴 게 상징적 사건”이라며 “나라 이름을 붙인 음악 장르는 라틴 음악 다음으로 K팝이 두번째”라고 전했다.

“라틴팝이 K팝의 롤모델이라고 봅니다. 서구시장에 서구의 것을 따라하는 방법으로는 승산이 없어요. 라틴팝이 터져서 메인 장르가 됐듯이, 서구 메인시장이 주목할 정도로 K팝의 볼륨을 키워야 합니다.”

한은화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