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양초 켜고 달콤한 음식, 그런 작은 행복이 ‘휘게’

중앙일보 2016.11.07 01:09 종합 25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비킹 소장은 행복의 원천을 “촛불 곁에서 마시는 핫초콜릿” 같은 소소함에서 찾는다. [사진 위즈덤하우스]

“일상의 작은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아라.”

마이크 비킹 덴마크 행복연구소장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는 느낌
한국도 일찍 퇴근하는 문화 필요”

행복 강대국인 덴마크의 마이크 비킹(38) 행복연구소장의 메시지는 단호했다. “평소 행복의 감정을 많이 쌓아둬야 갈등을 극복하고 도전 과제를 해결할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덴마크는 지난해 OECD ‘더 나은 삶 지수’에 이어 올해 유엔 세계행복보고서 ‘국민 행복지수’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2013년부터 코펜하겐에서 행복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비킹 소장은 덴마크 사람들의 행복 비결로 ‘휘게(hygge)’를 들었다. 휘게는 편안함·따뜻함·친밀함·단란함 등을 의미하는 노르웨이 단어다.

‘휘게’한 삶의 비법을 전하는 책 『휘게 라이프』(위즈덤하우스) 출간에 맞춰 첫 방한한 그를 최근 만났다.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높은 복지 수준 때문 아닌가.
“안정적인 복지 모델이 국민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덴마크와 비슷한 복지 정책을 펼친다. 그런데도 덴마크 사람들이 특별히 더 행복해하는 것은 ‘휘게’ 덕분이다.”
‘휘게’가 정확히 무엇인가.
“휘게는 어떤 느낌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느낌, 세상으로부터 보호받는 느낌, 긴장을 풀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느리고 단순한 삶, 단출하고 소박한 활동,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는 마음이 휘게로 이어진다.”

그는 ‘휘게 라이프’의 방법으로 ▶조명을 어둡게 하고 ▶초콜릿·케이크 등 달콤한 음식을 먹으면서 ▶휴대전화를 끄고 현재에 충실하라고 권했다. 또 ▶정치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기억나? 우리 저번에…” 식의 대화로 추억을 끄집어내라고 조언했다. “휘게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소품은 양초”라고도 했다.
 
일시적인 기분 전환에 그칠 우려는 없나.
“물론 휘게를 통해 삶의 근본적인 골칫거리들이 해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갈등과 고민을 잠시 밀쳐두고 휘게를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행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행복한 분위기를 만드는 능력이다. 일상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행복이 커진다. 행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감정적인 행복과 자아 실현을 통한 행복이다. 삶의 성취 정도가 똑같아도 평소 감정의 행복을 많이 쌓아둔 사람이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행복의 관점에서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국은 1인당 GDP는 세계 29위인데, 행복지수는 58위다. 경제적 수준에 비해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진다. 과잉 경쟁에서 오는 압박 때문이다.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의 균형도 중요하다.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한국 청년을 만난 적이 있다. ‘한국에선 가족들과 저녁밥을 먹을 수 없어 미국 구글에 취업했다’고 하더라. 인재들의 해외 유출은 결국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찍 퇴근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정부·기업·개인이 모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