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장에서] 두 유 삼성, 두 유 현다이, 10년 뒤 어떤 의미로 쓰일까

중앙일보 2016.11.07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기사 이미지

임채연
경제기획부 기자

‘카톡해~’.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자는 의미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이 ‘카톡해~’를 영어로 말하면?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text me.(연락해)” 서비스 이름이자 다음과의 합병 전 회사 이름이기도 한 카카오톡이 마치 동사(動詞)처럼 쓰인 예다.

구글 ‘검색하다’ 벤모 ‘송금하다’…
글로벌 기업, 동사로 사전 오르는데
정경유착 논란 국내 현실 안타까워


동사가 된 기업은 한국에서는 흔치 않지만 나라 밖에서는 꽤 많다. 구글하다(검색하다), 포샵하다(합성하다)처럼 일상 대화의 일부가 된 기업 이름이 여럿이다. 최근에는 넷플릭스(netflix·영화를 보다), 스카이프(Skype·인터넷으로 화상 통화하다) 등도 동사의 지위를 얻었다. 스마트폰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늘어나며 일상을 지배하는 동사기업은 더 늘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벤모라는 핀테크 기업이 ‘송금하다’는 뜻의 동사로 자리 잡았다. 벤모는 개인간 송금 수수료를 무료로 서비스한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문자를 보내듯이 간단히 송금할 수 있다. 택시비를 나누어 내기도 하고 월세를 분할 지급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처럼 자신들이 지출한 내역이 수시로 저장돼 서로 댓글을 달기도 한다. 구글월렛, 애플페이를 앞설 수 있었던 벤모의 강점은 이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에 있었다.
기사 이미지
동사처럼 기업 이름이 쓰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성공의 표식이다. 소비자의 실생활에 해당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매년 예일 문장백과사전을 편집하는 프레드 샤피로 예일대 법대 교수는 “동사가 된 기업은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등 무형자산의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동사가 됐다고 해도 방심하면 망한다. 한때 필름시장을 선도했던 코닥이 좋은 예다. 이제 “코닥이 되다(Being kodaked)”라는 말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파산하다, 옛것만 고집하다 망한다”는 뜻의 동사로 의미가 굳어졌다.

동사의 위치에서 경쟁우위를 지킨 구글은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항상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고객의 일상생활에 밀착시킨다. 사람들은 구글로 검색을 할 뿐만 아니라, 구글 지도로 길을 찾고 구글 플라이트로 값싼 비행기표를 산다. 동사가 되는 기업의 공통점은 꾸준히 ‘소비자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에 한국의 대표기업들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치권력이 원하는데 돈을 내지 않고 배겨낼 수 있느냐는 대기업들의 하소연도 들린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라 밖에서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앞세운 기업들이 제 이름을 동사로 사전에 올리고 있는데, 한국에선 아직도 정경유착의 부끄러운 파트너로 회사 이름과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고 있어서다. ‘두 유 삼성(Do You Samsung?)’, ‘두 유 현다이(Do You Hyundai?)’가 10년 뒤 어떤 의미로 쓰일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임채연 경제기획부 기자 yamfler@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