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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쓰레기 제거 특수장치 개발한 수질 해결사

중앙일보 2016.11.07 00:48 종합 30면 지면보기
대상 받은 정병건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지방공업주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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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건 울산시 지방공업주사보가 지난 4일 울주군 청량면 회야댐에서 직접 개발한 부유물·쓰레기 제거용 특수선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울산=송봉근 기자]

지난 2일 오후 정병건(52)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회야정수사업소 지방공업주사보(주무관)는 울주군 청량면의 회야댐을 찾았다. 울산 지역의 최대 식수 공급원인 이곳은 며칠 전만 해도 지난달 닥친 태풍 ‘차바’로 인한 수해 쓰레기로 가득했다. 정 주무관은 물가로 떠내려온 드럼통과 타이어 조각을 들어올리며 “25일 동안 쓰레기 2700t을 치웠다”고 말했다.

현장 경험 살린 아이디어 잇단 제안
정화비용 등 예산 1억여원 절감
댐 수몰지역 주민 보듬는데도 앞장

지난해 치운 150t의 20배 수준이다. 회야댐을 관리하는 회야정수사업소는 특수선박 두 대를 이용해 쓰레기와 부유물을 수거한다. 사각형의 선체 앞쪽에 큰 갈퀴 모양의 수거장치가 있는 배다. 버튼을 누르면 갈퀴가 자동으로 물에 떠 있는 쓰레기를 들어올려 배에 싣는다.

이 특수선박은 정 주무관이 2009년 개발한 ‘작품’이다. 그는 “그전까지는 인부들이 작은 배에 타고 직접 뜰채와 갈퀴로 쓰레기를 건져냈다”며 “6명이 두 달 동안 일해야 치울 수 있는 쓰레기 450t을 이제는 3명이 20일 만에 수거한다”고 설명했다. 정 주무관은 힘들어하는 인부들을 보고 더 쉬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청소선을 고안했다. 직접 설계도를 그리고 제조업체에 의뢰해 만들었다. 3000만원이 들어간 이 배로 2009~2015년 수질 정화비용 8000만원을 절약했다.

얼마 전에는 울산 사연댐, 부산 회동수원지에서 청소선에 대해 문의해왔다. 그는 “회야댐 규모가 작고 수심이 얕아 처음 생각한 컨베이어 대신 갈퀴를 달고 배 바닥을 평평하게 했다”며 “현장에 적용할 수 있어야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2014년에는 물에 뜬 녹조를 효과적으로 없앨 수 있는 녹조제거·억제 장치를 개발했다. 물을 정수장으로 공급하는 치수문 주변에 심층수를 끌어올리는 장치를 설치해 저온의 물로 표면에 뜬 녹조류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이 장치로 지난 2년 동안 3600만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정 주무관은 “비가 오면 녹조가 가라앉는 것에 착안했다”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한다”고 말했다. 1995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정 주무관은 2006년부터 회야정수사업소에서 근무했다. 수질 관리와 생태탐방 안내, 인공습지 관리, 순찰·단속 업무를 맡고 있다. 댐을 잘 관리하기 위해 소형선박 면허도 땄다. 정 주무관은 연꽃이 피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매년 하루도 빠짐없이 시민들에게 회야댐 생태학습장을 소개했다. 2012년에 문을 연 이곳은 1만2600여 명이 다녀갔다. 또 주변 20여 개 축산농가와 인공습지 내 갈대 무상수거 협약을 맺어 연간 3300만원 예산을 아꼈다. 정수사업소는 말라죽은 식물을 제거해 수질을 좋게 하고 농가는 이를 사료로 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지난해에는 조류 증식을 막는 물순환 유도장치를 제안해 예산 편성을 기다리고 있다.

정 주무관은 주업무뿐 아니라 지역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댐 수몰 지역 주민들을 병원이나 버스정류장에 모시고 가는 등 늘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살피고 돕는다. 댐 하부 양동·양천마을 마을회관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주민들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업무로 바쁜 중에도 한 달에 두세 번 노인전문병원과 양로원을 찾아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고 청소를 돕는 일을 빼먹지 않는다. 그는 “10년 동안 회야댐을 관리하며 이 지역에 애착이 생겨 주민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이제까지 받은 우수제안 우수상, 공무원 제안 노력상의 상금을 마을 복지원과 마을회관에 기부했다는 그는 이번 청백봉사상 상금 역시 전액 지역사회를 위해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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