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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눈 충혈·두통·구토 증세, 뇌질환 아닌 안압 높은 탓이죠

중앙일보 2016.11.07 00:01 건강한 당신 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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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압이 높으면 시신경이 망가질 수 있어 정기적으로 안과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프리랜서 송경빈

눈은 우리 몸에서 노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어릴 때부터 시력 저하로 안경을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하다.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 눈 질환에 더욱 취약해진다. 안구 내부의 압력인 ‘안압’은 눈 건강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시신경 기능이나 질환 발병과 밀접해서다. 눈의 날(11월 11일)을 맞아 안압이 눈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관리법을 알아본다.

눈 건강 가늠하는 안압

안압은 눈 속의 압력을 말한다. 안과에 가면 시력 측정과 함께 흔히 하는 게 안압 검사다. 눈에 압축공기를 쏘거나 각막을 살짝 누르는 방식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0~20㎜Hg를 정상 범위라고 여긴다. 공은 내부 압력이 일정해야 동그란 형태를 갖추고 탄력을 유지한다. 안구도 비슷하다. 내부 압력이 너무 높고 낮거나 오르락내리락하면 눈의 기능이 약해졌다는 신호다.

눈의 앞부분은 투명한 액체인 방수로 채워져 있다. 안구의 바깥쪽을 촉촉하게 하는 눈물과는 다르다. 안구 속에서 만들어지는 방수는 홍채 가장자리의 섬유주라는 유출로를 이용해 빠져나간다. 안압은 방수가 적절하게 생성·배출될 때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정상 범위보다 더 낮은 저안압이 오면 눈은 바람 빠진 공처럼 쭈글쭈글해진다. 특히 시력을 담당하는 핵심 부분인 황반에 주름이 생길 경우 시력 저하가 발생하기 쉽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안과 이가영 교수는 “저안압은 대부분 외상이나 눈 수술 후 합병증처럼 온다”며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안압이 올라가 신경이 손상될 때”라고 말했다.
 
천천히 상승하면 시야 변화 잘 못 느껴

안압은 유출로에 문제가 생겨 방수가 적절히 못 빠져나갈 때 상승한다. 눈 속에는 약 120만 개의 신경세포 다발로 이뤄진 시신경이 있다. 눈 속 여러 구조물 가운데 가장 예민하고 약한 편이다. 안압이 높아지면 신경은 압박을 받아 눌린다.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경우 신경은 손상되거나 아예 죽어버린다. 이때 진행 속도가 중요하다. 급격하게 상승할 땐 급성 녹내장이 발생해 신경 손상 위험이 크다. 마치 뇌졸중처럼 망막 혈관이 막히기도 한다.

65세 주부 김모씨의 경우가 그렇다. 최근 휴대전화 단말기를 바꿔 기능을 익히느라 며칠간 고개를 푹 숙인 채 휴대전화만 봤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발생했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머리와 눈이 심하게 아팠다. 구토까지 하자 부랴부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머리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닐까 의심해 뇌 사진을 찍었지만 무용지물.

눈 검사를 해 보니 안압이 무려 60㎜Hg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머리를 숙이거나 엎드린 자세를 반복한 게 화근이었다. 결국 안압을 낮추는 응급조치와 함께 방수 유출로를 넓히는 레이저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건양대 의대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황영훈 교수는 “시력·시야 변화가 와도 통증이 심하면 잘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며 “자칫 심한 두통이나 메슥거림·구토 증상 때문에 뇌·소화기질환을 먼저 의심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안압이 천천히 올라갈 때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 주변의 사물이나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정도다. 낮은 문턱에 걸리고 계단을 헛디뎌 넘어지는 식이다. 보통 시신경 손상은 양쪽 눈에서 발생하지만 손상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눈 덕분에 손상이 심한 눈의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게다가 한국인 중에선 녹내장이 와도 안압 수치가 정상인 사람이 많다. 방심하다가 진단·치료가 늦어지면 심각한 시력 손실로 이어진다.
약물로 효과 없으면 레이저·수술 치료

안압이 상승하면 우선 약물치료부터 한다. 신경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될 수 없다. 안압을 낮춰 더 이상 신경이 손상되는 걸 막는 수밖에 없다. 약물에도 효과가 없을 땐 레이저 치료로 방수가 빠져나가는 공간을 확보한다. 그래도 안 되면 수술을 해 유출로를 새로 뚫어 준다.

안압은 정상 범위라도 안심할 수 없다.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시신경 상태나 각막 두께 같은 눈의 조건에 따라 질환 발병 여부나 진행 정도가 다르다. 안압뿐 아니라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신경에 영양 공급이 차단될 때도 눈 질환이 발생한다. 그런 만큼 안압을 적정 상태로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스테로이드 약을 장기간 쓴 사람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방수 유출로 조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유출로가 막혀 안압 상승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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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환자라면 평소 안압을 높이는 행동을 삼간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물구나무 서기, 관악기 불기가 대표적이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담배는 끊는 게 좋다.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은 높은 안압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평소에 검진을 받아 관리하면 도움이 된다. 대한안과의사회 이재범 회장은 “고도근시가 있는 젊은층, 40세 이상, 고안압 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혈액순환 장애를 겪는 사람은 안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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