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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대통령과 대통령직

중앙일보 2016.11.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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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가 기자회견에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전직 총리들에 비해선 확연히 다른 면모였습니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조사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중인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선 반대의견을 재확인했습니다. 대통령 주도의 개헌에도 반대했습니다.

그러면서 왜 박 대통령의 방패막이를 하려느냐는 질문엔 국정 붕괴를 그대로 보고 있기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의 발언엔 평소의 소신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인물(president)과 통치제도로서의 대통령직(presidency)을 구분하려는 그의 입장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치의 상대방인 야권엔 먹혀들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깝지만 할 수 없다는 분위기입니다. 여론도 우호적이진 않습니다. 그는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겠다 했습니다. 새 총리 인선은 여전히 유동적입니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수사 가능 쪽으로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김현웅 법무장관도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하다면”이라는 전제로 “수사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검토해 건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발언들에 따라 대통령 수사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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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박 대통령이 나서야 할 차례인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합니다. 총리와 비서실장 인선, 최순실 사태, 하야 요구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힐 때가 됐는데 말입니다. 지금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일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대화와 설득이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해졌는데, 소통은 막혀 있습니다. 다가오는 주말엔 대통령 하야 촉구 집회가 곳곳에서 열립니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비유처럼 냉장고가 꺼지는 것을 방치할 순 없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서울 강남 4구, 경기도 과천시, 위례·동탄2신도시 등에서 아파트 입주 때까지 분양권 거래를 금지하는 게 골자입니다. 지난 8·25 대책 당시의 공급 조절에서 수요 억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청약규제를 왕창 풀었다 2년여만에 다시 옥죈 겁니다. 예상보다 강한 규제에 시장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투기 차단 효과는 있겠지만 주택시장 자체가 위축될 위험도 있습니다. 하기야 투기도 막고, 시장도 활성화시킬 '물 좋고 정자 좋은' 정책이 어디 있겠습니까. 규제의 목적은 막무가내로 틀어막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게 당국의 고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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