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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동의보감·보물 대명률 등 되찾았다

중앙일보 2016.11.03 17:35
 

20여 년전 경북 경주역 인근에서 고택 철거작업을 하던 일용직 근로자이자 장물범 김모(57)씨는 작업 중 눈에 띄는 ‘고서’를 발견했다. 한 눈에 봐도 낡아 보이는 책 표지에 ‘동의보감(東醫寶鑑)’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씨는 남의 눈을 피해 이 책을 얼른 숨겼다. 이후 김씨는 경북 일대 고택 등에서 『동의보감』 25권 전권을 손에 넣었다. 이 동의보감은 광해군 5년(1613년)에 목판활자로 인쇄된 초간본과 동일한 연도에 제작된 국보급 유물이다. 현재 전해지는 초간본은 국립중앙도서관·한국학중앙연구원·규장각 등에 소장돼 있고 지난해 6월 국보 제319호로 지정된 상태다.

마대 속에 동의보감을 보관하던 김씨는 1999년 유명 사찰 스님 출신이자 문화재 매매업자인 이모(60)씨에게 단돈 25만원을 받고 동의보감을 넘겼다. 이씨는 2001년 7월 자신이 환속(승려에서 사회인으로 신분 변경) 전 몸담았던 경북 김천의 한 사찰에 2000만원을 받고 동의보감을 유상기증했다. 해당 사찰은 동의보감을 사찰 내 박물관 수장고에 15년 넘도록 보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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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물범 등에게 넘겨간 뒤 경찰수사로 환수 조치된 『동의보감』[사진 경기북부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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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물범 등에게 넘겨간 뒤 경찰수사로 환수 조치된 『동의보감』[사진 경기북부경찰청]

또 다른 장물범 이모(69)씨는 2001년 문화재 매매업자인 ‘안동 임 노인(사망)’에게서 중국 명나라 때 법률 서적인『대명률(大明律)』을 200만원에 샀다. 당시 임 노인은 자신의 자백으로 이씨가 구속되자 미안한 마음에 헐값에 넘겼다고 한다. 이후 이씨는 2012년 경북 영천의 한 사설 박물관장인 김모(67)씨에게 2500만원을 받기로 하고 이 책자를 팔았다. 김씨에게서 우선 1500만원을 받은 이씨는 “보물로 지정되면 나머지 1000만원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문화재 관련 범죄를 저질렀던 김씨는 문화재 관리당국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2013년 부인 명의로 문화재청에 보물지정 신청했다. 부인은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가보”라고 속였다. 대명률은 지난 7월 보물 1906호로 지정됐고, 이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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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물범 등에게 넘겨간 뒤 경찰수사로 환수 조치된『대명률』[사진 경기북부경찰청]

사찰·사설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던 국보급 동의보감과 보물 대명률이 경찰 수사로 환수조치됐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년간 수사를 통해 장물범 김씨, 문화재 매매업자 이씨 등 18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동의보감과 대명률 외에도 수사 과정에서 고서류 2758점, 도자기류 312점 등 문화재급 유물 총 3808점을 찾았다. 감정결과 상당수가 유물 가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설명했다. 도자기류 중에는 삼국시대 도기, 고려시대 청자 등도 포함돼 있었다. 시인 이상화 일가의 국채보상운동 관련 서류 등 유물도 발견됐다.

경찰조사 결과 동의보감의 경우 전권 대부분에 ‘내사기’가 오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사기는 궁에서 책을 하사한 기록인데 장물범들이 소유자 및 소유과정을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훼손한 것이다.

경기북부경찰청 이재원 광역수사대장은 “우리 문화재의 해외 반출을 막기 위해서도 문화재 절도범 등에 대한 첩보 수집과 수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정부=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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