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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틀전부터 줄서서 기다렸다" H&M, 겐조와 협업 제품 판매

중앙일보 2016.11.0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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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7시 30분, 서울 명동에 위치한 H&M 눈스퀘어점에서 고객들이 H&M과 겐조의 협업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서있다. 사진 유부혁 기자

“이틀 전인 1일 오후 6시부터 기다렸습니다.” 3일 오전 7시 20분, 서울 명동에 위치한 H&M 눈스퀘어점 앞에서 중앙일보 기자와 만난 김성철(27ㆍ가명)씨의 말이다. 이틀을 노숙한 그의 뒤로 약 80여명이 줄지어 서있었다. 스웨덴 패스트패션 브랜드 H&M이 프랑스 명품 브랜드 겐조와 손잡고 1년 가까이 준비해 만든 협업 제품을 남보다 빨리 구매하기 위해서다.

H&M은 2004년 샤넬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를 시작으로 매년 11월이면 세계 패션 트랜드를 주도하는 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여왔으며 겐조와 협업한 올해가 13번째다. 제품은 남성 30, 여성 38, 악세서리 38종류를 선보였다. 지난해 H&M이 발망과 협업해 내놓은 제품은 판매시작 전부터 대중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으며 이틀 전부터 매장 앞에서 기다리는 쇼핑객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 구매하기 힘든 명품 브랜드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한정판으로 제작돼 희소성도 있다는 점에서 패션 마니아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차분한 분위기였다. 하루 전인 2일 밤 10시부터 매장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김미영(29ㆍ여)씨는 “매년 협업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 섰다. 최근 협업제품 출시 중 가장 한산하다”면서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고 제품이 유행을 따르기 보단 하나쯤 소장하기 좋은 디자인과 색상이라 실제 구매자만 온 것 같다“고 했다. 7시 30분이 되자 매장 앞 대기줄이 100여명을 넘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쇼핑객들을 통제하는 안전 보호요원 박모씨는 "지난해 행렬의 절반도 안 된다"고 했다. H&M코리아측은 쌀쌀해진 날씨를 감안해 7시 40분부터 30명씩 매장 안으로 입장을 시킨 뒤 8시부터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기자도 매장 안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다 오전 8시10분쯤 입장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급히 달려가 제품을 마구 집어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대부분의 쇼핑객들이 차분히 제품을 둘러봤다. 매장 앞에서 제일 처음 구매를 하고 나오는 이승훈(26)씨를 만났다. 그가 든 가방 안에는 맨투맨 티셔츠 3벌과 자켓 1벌이 담겨 있었다. 이승훈씨는”60만 원어치 구매했다. 친구가 부탁한 티셔츠 1벌 외엔 모두 내가 입으려고 샀다“고 했다.

기자 몇 명이 그를 둘러싸고 ”다시 판매할거냐“고 물었다. 그는”난 리셀러가 아니다. 매장 안 분위기를 봐도 실제 구매하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쇼핑을 하던 한 여성은 취재진에게 "중요한 날에 한번씩 포인트를 주기 좋은 제품이 많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H&M코리아 관계자 역시 ”올해는 온라인 판매 덕분에 지난해보다 한결 편안히 쇼핑할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 "특히 이번 제품은 패션 트랜드세터들의 관심이 높다"고 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오전에 준비했던 대부분의 제품이 동이났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매장 앞 줄선 행렬이 오전 11시가 넘도록 줄지 않았고 12시가 넘어선 점심시간을 이용해 매장을 찾은 직장인들로 매장은 더 붐볐다. H&M코리아측은 지난해와 비슷한 물량을 준비했다고 밝혔지만 매장 내 제품 수량도 여유 있었다. 지난해처럼 쇼핑 시간과 구매 품목을 제한하지 않았음에도 쇼핑객들이 원하는 제품만 구매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H&M의 협업제품이 대중들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2년 이탈리아 브랜드 마르니(MARNI)와의 협업 제품을 사기 위해 판매 하루 전부터 매장 앞에서 기다린 것이 계기가 됐다. 그러다 2014년 알렉산더 왕, 2015년 발망 협업 제품 출시 땐 며칠 전부터 줄지어 선 행렬과 리셀러들(제품을 구매해 가격을 부풀려 되파는 사람들)로 인해 'H&M이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깜짝 선물'이라는 원래 취지가 무색해지는 등 몸살을 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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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H&M은 9시부터 H&M 온라인몰에서 겐조 협업 제품 판매를 시작했지만 접속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에선 접속장애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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