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정은 탐험(19)] 김정은과 미국 대선

중앙일보 2016.11.03 09:54

지난 30일 지지자들 앞에서 유세를 하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두 후보의 모습.  [사진 중앙포토]

다음 주면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한반도에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사람이다. 한국은 ‘최순실 게이트’로 관심이 확 떨어졌지만, 북한은 온통 미국 대선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 트럼프가 자신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일본 주간지 ‘동양경제’의 후쿠가 게이스케 편집위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그는 “북한은 트럼프가 되면 뭔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의 민주당 보다 공화당을 선호했다. 6.25전쟁(1950~1953), 푸에블로호 사건(1968년), 북한 폭격 추진(1994년) 등 북한이 미국과 대결상황으로 갔던 때가 민주당 집권시기였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겉으로 강경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대화를 통해 풀려고 했다고 인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북핵 문제를 6자 회담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공화당과는 통하는데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정은이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내심 승리하기를 바라는 것도 여기에 있다. 트럼프가 스캔들로 곤혹을 치르면서 지지율이 떨어지자 딴 마음도 생겼다. 북한은 지난 10월 21~2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북미간 트랙2 형식의 대화를 가졌다. 북한은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미국은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와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가 참석했다. 북한은 정부 대표, 미국은 민간인이 만난 것이다.
 
갈루치는 빌 클린턴 행정부의 사람으로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끈 사람이다. 북한은 만약에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도 고려해야 했던 것이다. 갈루치는 클린턴이 당선될 경우 어떤 역할을 할지 알 수 없지만 북한으로서는 좋은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이번 쿠알라품푸르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미국의 소리(VOA)에 “미국 인사들은 북한 외무성 관계자들에게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제안했고,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거론하며 핵무기 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확인되지 않았지만 빌 클린턴의 방북도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빌 클린턴은 2000년 미국 대선이 끝난 뒤 평양 방문을 추진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꿈이을 좌절됐다. 그래서 북한은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년 취임 하기 전에 빌 클린턴의 방북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새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큰 틀에서 짜자는 의도였다.
 
북한은 트럼프를 선호하지만 클린턴에도 보험을 들어 두려고 한 것이다. 오는 11월 9일 결과가 나오겠지만 북한은 다음 행정부와 대화를 재개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에 절망한 북한이 다음 행정부 초반부터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싶은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보다 ‘핵동결’ 카드로 미국을 설득하려고 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것은 평화협정이다. 한반도의 이런 ‘거대한 거래’라 이뤄질 지는 다음 주부터 지켜볼 재미있는 구경거리다. 한국은 ‘최순실 게이트’에 빠져 치고박고 싸우겠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거대한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가 기다려진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