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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기·인체조직 기증자에게 주는 정부 위로금 내년 폐지

중앙일보 2016.11.03 02:30 종합 14면 지면보기
장기나 인체 조직을 기증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정부의 위로금이 폐지된다. 2004년 위로금이 생긴 지 12년 만이다. 장례비와 진료비는 계속 지원된다.

WHO “무상 제공해야” 원칙 제시
복지부, 법 개정해 내년 시행키로
장례비·진료비는 계속해서 지급
“장기기증 뇌사자 감소” 우려도

황의수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2일 “위로금이 자칫 장기·조직 기증의 대가로 비쳐 순수성을 해칠 수 있다는 국내외의 지적이 잇따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침을 바꾸거나 장기이식법을 개정해 내년 중 시행할 방침이다. 법률을 바꿀 경우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장기이식법 개정안을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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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은 장기기증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뇌사자(腦死者)의 장기나 사망자의 인체 조직(뼈·피부 등)을 기증하면 유족에게 장례비·진료비·위로금이 540만원(각각 180만원)까지 지급된다. 뇌사자가 장기뿐만 아니라 조직을 기증하면 위로금이 180만원 추가된다. 뇌사는 심장은 살아 있지만 뇌 기능이 정지돼 회복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지난해 뇌사자 686명에게 33여억원, 조직 기증자 193명에게 3억4700만원의 위로금이 지급됐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한국 장기이식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0년 5월 ‘장기이식 가이드라인’에서 “인체 조직과 장기는 금전적 대가 없이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같은 원칙을 천명했다. 금전적 인센티브가 생명윤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대한이식학회(이사장 안규리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도 올 5월 “정부 위로금, 병원 위로금, 뇌사 판정 전 병원비가 금전적 대가로 오인될 소지가 있어 삭제하거나 변경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부는 장례비의 경우 한국 고유의 부의금 문화와 닿아 있어 문제가 없다고 본다. 뇌사 판정 전 진료비를 유족에게 부담시키기 곤란한 점을 고려해 이것도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지금처럼 유가족에게 진료비를 줄지, 병원에 주는 식으로 바꿀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병원이 뇌사자를 발굴할 경우 신장 한 개를 자기 병원 환자에게 이식하게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데 이것도 손대지 않기로 했다.

2000년 2월 장기기증을 전제로 뇌사를 죽음의 한 형태로 합법화했다. 이를 계기로 장기매매가 크게 줄었지만 뇌사자도 크게 줄었다. 의료기관이 가족을 설득해 뇌사자를 발굴할 동기가 없어졌다. 이 때문에 2002년 장례비, 2003년 진료비, 2004년 위로금 지원제도가 생겼고 장기이식 뇌사자가 2000년 52명에서 지난해 501명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위로금이 없어지면 뇌사자가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한국의 장기기증 뇌사자는 인구 100만 명당 9.96명으로 스페인(36명)·미국(28.5명)에 비해 매우 적은데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비금전적 예우를 강화하자고 제안한다. 안 이사장은 “장기기증자를 국가유공자로 보는 나라도 있다. 추모공원 건립, 자녀 장학금 지급, 장기 제공자의 날 등과 같은 보상책을 늘려 장기기증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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