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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미르에 낸 돈 10억…괘씸죄로 한진해운 법정관리?

중앙일보 2016.11.03 02:03 종합 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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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정부가 추진한 해운업 구조조정으로 번졌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정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노조 측 ‘보이지 않는 손 개입’ 주장
“한진해운이 더 경쟁력 있었는데
3월 이후 현대상선 살리기로 진행”
금융위 “윗선 개입 결코 없었다”
“최순실 관계사와 계약에 반대하자
조양호 평창조직위원장 사퇴 시켜”

장승환 한진해운 육상직원(사무직) 노조위원장은 2일 “올해 초만 해도 정부가 한진해운에 현대상선 인수를 제안했을 정도로 부채비율·영업력에서 경쟁력이 있었다”며 “3월 이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한진해운을 죽이고 현대상선을 살리는 작업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보고서가 나왔고, 해운동맹 가입에도 성공했다”며 “용선료 협상도 마무리 단계에 있어 회생 가능성이 컸지만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 노조는 한진그룹이 비선 실세에 미운털이 박혔던 게 문제의 발단이라고 해석한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매출액과 비교해 적은 10억원을 미르재단에 냈는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게 된 것도 돈을 조금밖에 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재계 순위가 한진그룹보다 낮은 LS(15억원), CJ(13억원), 두산(11억원)보다 적은 금액을 출연한 것이 괘씸죄를 샀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해운업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해온 금융당국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해명할 필요도 없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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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일 최순실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최씨가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올 초까지 국적선사 두 곳 중 생존 가능성이 큰 곳은 한진해운으로 평가됐던 건 사실이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3월 말 현대증권 입찰에서 KB금융지주가 1조2500억원을 써내면서부터다. 현대증권 매각 성공으로 현금을 확보하게 된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 등을 순조롭게 진행했고 생존할 수 있었다.

노조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현대증권 사외이사(2008년 10월~2011년 12월)를 지낸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정부가 의도를 가지고 현대상선은 살리고 한진해운을 청산하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는 주장이다.

한진해운 모기업인 한진그룹은 채권단이 요구하는 수준의 자금 지원에 난색을 표했다. 이미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한진해운에 쏟아부어 여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채권단과의 밀고 당기기 끝에 한진그룹은 8월 25일 최종 자구안을 냈지만 채권단이 자구안 수용을 거부하면서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최종 자구안에서 한진해운을 살리려는 대주주의 의지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원칙대로 처리했다”며 “청와대나 윗선의 개입은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조양호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난 배경엔 스위스 스포츠시설 전문 건설회사인 누슬리(Nussli)가 올림픽 시설 입찰에서 수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누슬리는 최순실씨가 실제 소유주인 더블루K와 업무제휴(MOU)를 체결한 기업이다.

익명을 원한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3월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중심으로 정부 측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장 설계를 새로 하자고 요구했다”며 “이후 문체부에서는 누슬리를 추천업체로 검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양호 조직위원장은 이에 강력히 반대했고 이후 사퇴 압박을 받았다. 조직위 관계자에 따르면 5월 2일 김 전 장관은 조 회장을 만나 “이만 물러나 주셔야겠다.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고 한다. 5월 3일 조 회장은 조직위원장 사퇴를 발표했다.

글=조득진·문희철 기자 chodj21@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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