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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실세, 말 타고 이대 가면 안돼요…

중앙일보 2016.11.03 01:08 종합 25면 지면보기
방송가에 ‘최순실 패러디’ 바람이 거세다. 오방낭과 우주·비선 실세 등을 키워드 삼아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파문과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풍자하는 모양새다.

방송가 ‘최순실 패러디’ 봇물
“간절히 먹으면 온 우주가 도와”
드라마에도 무당·오방낭 등장

지난달 31일 방송된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15’는 주인공 영애(김현숙)가 사기꾼을 추격하는 장면에서 ‘말 타고 ‘이대’로 가면 안돼요’ ‘말 좀 타셨나 봐요? 리포트 제출 안 해도 B학점 이상’ 등의 자막을 내보냈다. 승마 특기생으로 이화여대에 입학한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특혜 의혹을 풍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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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예능에 등장한 ‘최순실 패러디’. SBS ‘런닝맨’의 한 장면. [사진 방송캡처]

‘일요일이 좋다-런닝맨’(SBS), ‘개그콘서트’(KBS2),‘무한도전’(MBC) 등 각 방송사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들도 ‘최순실 패러디’로 시청자들의 쓴웃음을 이끌어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런닝맨’의 부제는 ‘아바타 하우스’였다. 유재석·하하 등 기존 ‘런닝맨’ 멤버들이 김준현·장도연·서지혜 등 게스트의 일일 아바타가 돼 주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을 좌지우지한 최씨의 전횡을 빗대 보여주는 설정이다. 또 ‘비만실세 그분이 시키는 대로…’ ‘실제론 참 순하고 실한데’ ‘간절히 먹으면 온 우주가 도와 그릇을 비워줄 거야’ 등의 자막이 잇따라 등장, 현 정국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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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 [사진 방송캡처]

같은 날 방송된 ‘개그콘서트’의 퀴즈쇼 코너 ‘1대1’에서도 개그맨 김태원이 힙합으로 “여자에겐 내 인기는 하락세, 식당에서 내 인기는 상승세, 한 그릇 더 주세요 이게 허세. 도대체 모르겠네, 비선 실세”라며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했다. 이어 진행자 유민상이 “이런 얘기 어디서 들었어요”라고 묻자 “유민상씨 PC에서 봤어요”라고 말해 최씨 의혹의 핵심 물증인 ‘태블릿 PC’를 떠올리게 했다. 그밖에 지난달 29일 방송된 ‘무한도전’ 우주여행 특집편에서는 헬륨 풍선으로 박명수 등을 공중으로 띄우면서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상공을 수놓는 오방색 풍선’이라는 자막을 내걸었다.

진지한 분위기의 사극까지 패러디 대열에 동참했다. 지난달 30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는 윤원형(정준호)의 아이를 가진 종금(이잎새)이 정난정(박주미)을 제거하기 위해 몰래 무당을 불러들인 대목에서 오방낭을 등장시켰다. 무당은 종금에게 비단 주머니를 내밀며 “이것이 오방낭이라는 것”이라며 “간절히 바라면 천지의 기운이 마님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순실 게이트’는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서민들까지 굉장한 허탈감을 느끼는 충격적인 사안”이라며 “시청자들이 이를 풍자한 TV 프로그램에 함께 호응하면서 공감을 통한 위로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스타들은 SNS 등을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가수 이승환은 2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있는 자신의 소속사 드림팩토리 건물 바깥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글귀가 적힌 검은색 대형 현수막을 잠깐 내걸었다가 철거했다. 가수 윤도현도 2일 자신의 트위터에 “검찰이 쥔 열쇠가 제발 희망의 문(으로 가는) 열쇠이기를……. 이런 시국에 검찰도 너무나 힘들겠지만 잘 부탁한다. 국민이 간절히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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