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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연의 감동은 안전에서 시작된다

중앙일보 2016.11.03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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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장

가을엔 각종 문화공연과 지역 특색을 반영한 다양한 축제들이 줄을 잇는다. 필자도 최근 경북 봉화의 축제인 ‘청량사 산사음악회’를 찾아 가을밤의 매력을 한껏 느껴본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음악이 주는 감동과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공연과는 달리, 안전 측면에선 여러 문제점이 보였다. 급조된 무대시설과 함께 관람석 준비가 미흡해 많은 사람들이 급경사 및 철제 계단, 심지어 주변의 장독대 위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을 볼 수 있었다. 안전지지대 등 안전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도 많았다. 화장실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크게 부족했던 점도 문제였다.

음악회가 끝나고 산을 내려올 때도 조명이 미흡해 관람객들 모두가 휴대전화 라이트로 길을 비추면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날 음악회는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됐지만, 그동안 우리는 각종 문화공연과 축제에서 떠올리기 싫은 아픔을 여러 번 겪은 바 있다. 2005년10월 17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북 상주시민운동장 가요콘서트 압사사고, 2009년 2월 88명의 사상자가 났던 화왕산 억새 태우기 행사 화재사고 등이 대표적이다. 2014년 10월 환풍구 위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시민들이 아래로 떨어져 16명이 사망한 판교테크노밸리 축제도 있었다. 공연장과 축제장에서 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위험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무엇보다 제도적인 허점을 논할 수 있다. ‘공연법’에 안전관련 사항이 정해져 있지만, 여기에서 공연은 “연간 90일 이상 또는 계속하여 30일 이상 공연에 제공할 목적으로 설치하여 운영하는 시설”로 한정되어 있다. 야외에서 이뤄지는 단기간의 문화공연 또는 축제들은 법의 적용을 받지 않은 채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 따라 안전이 관리되는 실정인 것이다.

이런 구조적 허점 속에 짧은 시간 안에 급하게 설치·해체되는 무대시설과 미흡한 안전시설, 그리고 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현장스텝, 관람객들의 미흡한 안전의식 같은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제도적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하며, 각종 공연과 축제에 대한 정부 및 지자체의 단속 및 점검도 강화돼야 한다. 행사 주최자들은 철저한 안전진단·점검을 통해 현장의 위험요소를 사전에 철저히 제거하고, 현장스텝 등에 대한 안전교육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충분한 관람석과 편의시설, 각종 안전시설을 갖춰놓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관람객들의 안전의식이다. 질서와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현장 안전요원의 지시를 잘 따라야 하며, 위험요소 발견 시에는 안전요원에게 즉시 알리는 등 안전 실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관람객들에게는 공연을 즐길 권리도 있지만, 안전에 대한 책임도 함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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