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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의 바로 보는 북한] 호위사 병력만 12만 명…신변불안 김정은 ‘3중 보디가드’

중앙일보 2016.10.25 01:31 종합 18면 지면보기
김정은(32)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집권 이듬해인 2013년 3월 서해 최전방 장재도 섬방어대를 방문했습니다. 맞은편 연평도와 불과 9㎞ 떨어진 곳인데요. 북한 관영매체들은 당시 “작은 목선에 몸을 의지해 병사들을 찾았다”며 김정은을 치켜세운 뒤 관련 영상을 공개했죠. 한·미 정보 당국의 추적 결과 김정은 일행은 남포시 서해함대사령부에서 전함을 타고 출발했습니다. 섬 가까이에서 목선으로 옮겨타 깜짝쇼를 벌인 건데요. 핵심 정보 관계자는 “김정은 동선은 대북감시망에 실시간으로 포착되고 있다”며 “그 때 우리 군 당국은 정찰위성이 파악한 김정은의 모습을 공개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고 귀띔합니다. ‘남조선 벌초’ 등 호전적 언동을 한 김정은의 기세를 꺾으려는 심리전 차원이었다는 겁니다. 미군 측 반대로 무산됐지만 북한 최고지도자의 동정에 한·미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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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존엄 지키기’ 비상 걸린 평양
한·미 ‘참수작전’ 가능성에 공포
김정일묘 참배 등 관례 행사 취소
폭발물·독극물 탐지장비도 수입
일부선 “경호망 안이 더 위험할 수도”

요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맞선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거칠어지자 평양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입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는 “김정은이 핵 공격을 하면 바로 죽는다”는 초강경 발언까지 쏟아냈는데요. 북한은 “워싱턴을 핵으로 타격하겠다”거나 “괌 미군기지를 날려버리겠다”는 위협으로 맞서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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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이른바 ‘최고존엄’으로 부르는 김정은 신변경호에 걱정이 많은듯 합니다. 노동당 창건 71주년인 지난 10일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참배행사를 생략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분석됩니다. 주요 기념일 새벽 0시에 이 장소에 들린다는게 관례화된만큼 위험하다고 본겁니다. 이 즈음 한반도에는 B1-B 랜서 전략폭격기와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등 북한이 두려워하는 미 전략자산이 총출동하는 긴장국면이 조성됐죠.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실제 한·미가 김정은 제거작전에 나설 수 있다는 공포를 갖고 있다”고 말합니다.

김정은이 최근 신변불안으로 외부행사 일정과 장소를 갑자기 바꾸는 일이 잦아졌다는 국가정보원의 지난주 국회 정보위 보고도 마찬가지입니다. 폭발물이나 독극물 탐지장비를 해외에서 도입하는 등 경호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동향도 파악됐다는건데요. 김정은 제거를 의미하는 ‘참수 작전’의 구체적 내용이나 미 전략폭격기 파괴력, 특수부대 규모 파악에도 나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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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월 메르세데스 벤츠의 S600 풀만가드 리무진을 타고 인민무력성에 방문하는 모습.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의 근접 경호는 우리의 대통령 경호실에 해당하는 호위사령부가 담당합니다. 북한군 963부대로 불리는 호위사는 중무장한 병력을 포함해 12만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김정은 집무실과 숙소는 물론 지방의 특각(전용 별장)을 철통같이 지킨다는데요. 여동생 김여정과 이복형 김정철을 비롯한 가족과 친인척 신변도 이들이 책임집니다.

군부대 방문 때는 우리의 기무사령부 격인 군 보위사령부가 무기 회수 등 경호를 맡는데요. 호위사와 주도권 갈등을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성(옛 보위부)과 경찰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성까지 포함해 3선(線)체제의 그물망 경호가 펼쳐집니다. 전용 벤츠 리무진과 똑같은 모양의 차량 몇대를 나란히 이동시키거나, 노동신문에 김정은 방문 날짜를 공개않는 것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방책입니다. 이 때문에 김정은에게 위해를 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탈북인사들은 입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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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일성·김정일 시기 위해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1990년대 초반에 발각된 소련 푸룬제아카데미 출신 군 간부들의 쿠테타 시도나 95년 함경북도 주둔 6군단의 반란 시도는 대표적 사례인데요. 최근 김정은 체제에도 불안요소가 적잖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국정원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엘리트층의 충성심 약화, 주민불만 고조 등으로 인해 체제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입장이죠. 대북정보 관계자는 “김정은의 가장 큰 적(敵)은 철통같은 경호망 안쪽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민생을 외면한 채 핵·마시일 도발에 집착하며 공포정치를 일삼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북한 핵심 엘리트 층의 반감이나 동요가 심상치 않다는 겁니다.

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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