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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탈북 급증, 붕괴는 언제?

중앙일보 2016.10.25 00:04
고위층 탈북 급증, 북한 붕괴하는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초로 북한 내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북한 주민들은 식량배급 부족과 시장활동 금지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분노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9월까지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의 숫자가 3만명에 달한다. 특히, 북한 엘리트층 고위인사와 출신성분이 좋은 해외노동자들의 탈북이 이어지면서 북한 붕괴 또는 급변사태 가능성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의 시각에서 볼 때 북한체제는 당장에라도 붕괴되어야 하지만 75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희한한 체제이다. 절대왕조시대에 가능했던 3대 세습, 스탈린식 엄격한 사회통제와 집단수용소(Gulag)가 존재하는 체제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정권 생존의 핵심은 군대
 
급변사태에 대한 연구들은 급변사태의 개념을 “지도자의 유고, 쿠데타, 권력투쟁 및 주민봉기 등 전쟁을 제외한 내부의 돌발사태와 관련된 일련의 과정에 의해 정권 및 체제가 붕괴되는 상황으로 정의한다. 체제붕괴와 급변사태의 원인으로 사회학자와 정치학자들은 ‘가치의 상대적 박탈감’ ‘지식인의 이반’ ‘군의 지지 철회’ 등으로 설명한다. 즉, 주민들의 노력에 비해 보상이 기대보다 적거나 불평등할 경우, 지배엘리트 내부의 갈등, 군의 충성심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체제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회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정부가 군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면 체제붕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지배세력에 대한 군의 지지철회는 체제붕괴의 필수요건이다. 북한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 가능할까?
 
사회 변화, 조직과 인물 필요

김정은 체제의 붕괴 또는 급변사태는 식량부족과 경제위기의 지속으로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공포정치로 인한 엘리트의 이탈 또는 지배그룹 내부에서의 권력투쟁과 갈등 등 사회적 모순과 불만이 임계점을 넘을 경우 대규모 소요와 폭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소요 또는 폭동이 체제붕괴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아랍의 봄’에서 본 바와 같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까지 확대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불만을 동원할 수 있는 리더와 사회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북한에 이런 리더와 네트워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하여 군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체제붕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군이 와해되지 않는 한 대규모 소요와 폭동이 무정부상태 또는 체제붕괴로 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정은 체제의 변화를 모색,
동시에 내부 모순을 극대화

 
소수 엘리트 또는 해외노동자의 집단 탈북만으로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논하는 것은 우리의 희망을 얘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어떻게 김정은 체제를 변화시키고 내부 모순을 극대화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김정은을 인권탄압 범죄자로 규정하고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준비를 하는 등 김정은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매년 북한 인권상황을 공개하고 있으며, 미국은 USB, SNS,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폭탄을 북한에 투하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노력에 우리가 주도적이며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서는 김정은체제의 변화나 급변사태를 기대할 수 없다.
 
탈북민 정착에 우선 노력
 
구소련에 사하로프와 솔제니친 같은 민주투사들이 없었다면 고르바쵸프가 등장할 수 없었고 철의 장막도 걷힐 수 없었을 것이다. 류샤오보와 천광천 같은 인물들이 중국을 서서히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의 엘리트 탈북민들이 한국에 왔다가 국내에 안착하지 못하여 외국으로 나가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탈북민들이 우리사회에 잘 적응하고 정착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책임이며 진정한 통일의 밑거름이다. 가만히 앉아서 북한 붕괴나 급변사태를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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