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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또 다른 뇌관… 자영업 대출

중앙일보 2016.10.24 17:18
자영업자 대출이 가계 빚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에 가려져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자영업자 대출이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어서다. 자영업자 대출은 기업 대출 통계에 잡혀 가계부채로 집계되진 않지만 실제 가계 빚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향후 가계 경제에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자영업자 대출의 대부분이 부동산·임대업종에 집중돼 부동산 경기 하락시 부실화할 위험도 크다.

한국기업평가가 24일 국내 12개 은행의 업무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개인사업자 대출액은 6월 기준 185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12개 은행의 총 대출액(1046조1000억원)의 17.7%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연말과 비교하면 4.4%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가계 대출이 3.6% 증가한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오름세다.

특히 개인사업자대출을 업종별로 분석한 결과, 부동산·임대업에 대출이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말 기준 부동산업·임대업 업종 대출이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9.4%였다. 이어 제조업이 17.3%, 도소매업이 16%, 숙박·음식점업이 10.5% 순이었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개인사업자 대출이 부동산 및 내수경기에 민감한 업종 위주로 구성돼 있어 향후 경기침체나 주택·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 건전성이 악화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어난 데는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은퇴와 청년 실업, 기업 구조조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송재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은퇴 세대 증가와 청년 실업으로 창업 수요가 는데다 경기 침체로 운영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기업 구조조정으로 대기업 대출을 줄인 은행들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린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일반 가계 대출보다 부채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도 부실화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개인사업자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 대출을 받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과 금감원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은 지난해 상반기 222조7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49조4000억원으로 12% 늘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5조7000억원→7조)과 상호금융(14조3000억원→22조7000억원)은 각각 23%, 59%씩 늘어났다. 송 수석연구원은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담보가 없고 소득을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갚을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청년·고령 자영업자의 대출이 느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24일 한국금융연구원의 ‘가계부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소득 대비 부채비율(LTI)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60대(286.5%)로 나타났다. 대출잔액이 연간 소득의 3배에 육박한다는 뜻이다. 퇴직 후 자영업에 뛰어든 베이비붐세대가 60대에 접어들면서 60대 자영업자의 부채 부담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20대 자영업자의 경우는 LTI 수치로만 봤을때는 173.9%로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LTI의 증가세가 전 연령대 중 가장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청년실업의 영향으로 창업에 나서는 20대가 늘었기 때문이다.

청년ㆍ고령층은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빌린 대출금도 많은 편이다. 제2금융권 대출금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60대(66.2%)다. 이어 50대(61.6%), 20대(60%) 순이다. 노형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업황 악화로 소득이 줄면 청년ㆍ고령층 자영업자의 부채가 부실화할 위험이 있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애란·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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