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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미르 등 예산 1617억 전액 삭감”

중앙일보 2016.10.24 01:58 종합 3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400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편성의 취지를 설명하고 원안대로 통과시켜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된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차은택 관련한 문화벨트 등 3건
박 대통령은 오늘 국회 시정연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23일 ▶일자리 창출 예산 확보 ▶비선 실세 국정농단 예산 전액 삭감 ▶보육교육 예산(누리과정) 확보 ▶법인세율 인상 등 여섯 가지 원칙을 담은 2017년 예산안 심사 방안을 발표했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미르·K스포츠재단 등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과 관련된 사업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악용된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지목한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업은 차은택 감독이 관여한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사업(1278억원)과 미르재단과 관련된 농림축산식품부 케이밀 사업(154억원), 보건복지부 개도국 개발협력사업(185억원) 등 3개 사업(총 1617억원)이다. 차 감독은 미르재단 설립·운영에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야권은 그동안 비판해왔던 대통령 역점사업 예산에 대해서도 다시 들여다볼 방침이다. 민주당은 창조경제 관련 사업(414억원)과 나라사랑정신 계승발전(120억원), 새마을운동 지원(72억원) 등에 대해 “대통령 관심 사업에 대해 보다 엄밀히 검토해 나라 예산이 권력과 대통령을 위한 예산이 아닌 국민을 위한 예산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당이 반대하는 법인세율 인상 카드도 빼들었다. 정책위 관계자는 “법인세를 인상해 거둔 세금은 공공부문 청년 일자리 창출, 어르신 기초연금 인상(20만원→30만원) 등 민주당표 민생 지원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8월 과표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연평균 4조6000억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야당의 파상공세에 새누리당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고민 중이다. 여권 관계자는 “국회 예결위원 50명 중 새누리당 위원은 22명밖에 되지 않아 야당이 밀어붙일 경우 딱히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일단 비선 실세 국정농단 예산 삭감에 대해선 무리한 정치공세로 맞대응할 계획이다. 이정현 대표는 “어떻게 국가 예산을 다뤄보지도 않고 보복(최순실 관련 공세)부터 얘기를 하느냐”며 “모든 것을 보복으로 처리하는 건 대한민국 정치가 바른 길로 가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 요구와 관련해 “야당이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대통령 거부권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손잡고 예산안 부수법안으로 법인세 인상안을 처리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성운·최선욱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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