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순실, 딸과 함께 독일서 사라져
미르재단 기획 의혹 차은택, 중국에
김형수 전 이사장 “부끄럽지 않다”
김필승 K스포츠 이사 “최씨 모른다”
법조계 “주소지 등 압수수색 필요”

최순실씨가 최근까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카페 ‘테스타로싸’가 있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건물. 23일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최씨가 이 곳에서 측근들과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의논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이 건물은 두 재단 사무실에서 도보로 10분가량 걸리는 곳에 있다. [뉴시스]
차 감독을 최씨에게 소개한 장본인으로 알려진 ‘박근혜 가방’ 제조사 빌로밀로 대표 고영태씨도 종적이 묘연하다. 본지는 등기부상 고씨의 주소지를 찾았지만 수신자가 다른 사람인 우편물만 발견됐을 뿐 고씨를 만날 수 없었다. 최근까지 사용했다는 휴대전화 하나는 착신이 정지돼 있고 다른 하나는 받지 않았다. 고씨는 최씨 회사로 의심받고 있는 독일 법인 더블루K에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었으나 지난 20일 독일에서 활동하는 박모 변호사로 대표이사가 바뀌었다.
그나마 휴대전화를 켜 놓고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통화를 거절하고 있다. 이날 검찰 소환에 응한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은 학교 측에도 개인 인적사항을 알리지 말라고 특별히 주문했다고 한다.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는 22일 통화가 연결됐지만 대화를 거부했다. 한동안 언론과 활발히 접촉하던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도 2~3일 전부터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한 인사는 “검사가 관련자들에게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연결되는 사람에게 소환에 응하도록 말해 달라고 부탁할 정도”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 남아 있던 관련자들의 흔적들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아버지가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한다”고 소개했던 국제승마연맹(FEI) 홈페이지상의 정유라씨 프로필은 지난 22일 삭제됐다. “돈도 실력”이라는 등의 글로 막말 논란을 낳았던 정씨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 계정들도 같은 날 폐쇄됐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주소지 압수수색 등 물증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없이 소환부터 하는 거꾸로 가는 수사”라며 “그사이 증거 인멸이 계속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임장혁·송승환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