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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000만 지키자] 비혼모 직업교육시키는 네덜란드…직장서 밀려나는 한국

중앙일보 2016.10.24 01:40 종합 6면 지면보기
연중기획 <6부> 비혼모 끌어안기 ①
“파리에 있는 아파트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프랑스의 싱글맘 나탈리 수하드)

한국·프랑스·네덜란드 싱글맘 3인
아빠 없는 7세 딸 둔 프랑스 수하드
“주변서 부정적 말 들어본 적 없어요”
한국선 기초수급 신청했더니 눈총

“내가 이 아이를 선택한 것입니다. 우리 같은 양육 비(非)혼모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아이를 키우는지 정부 관계자들이 알아줬으면 합니다.”(한국의 비혼모 박혜진)

“낙태를 생각한 적이 없어요. 아이가 돈(정부 지원)을 끌어옵니다.”(네덜란드의 비혼모 하야트 인지트)

프랑스의 수하드(48)는 일곱 살 딸 클라라, 네덜란드의 인지트(31)는 여덟 살 아들, 한국의 박혜진(34)씨는 여섯 살 아들을 각각 두고 있다. 취재팀은 프랑스·네덜란드·한국의 비혼모를 각각 인터뷰했다. 각국의 상황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세 명 모두 인터뷰를 꺼리지 않았다. 박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회의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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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이라는 점 때문에 어떤 문제도 느껴본 적이 없어요. 종종 사람들이 나의 사연을 알고 싶어 하는데, 얘기해 주면 다들 반응이 좋습니다. 부정적인 말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수하드는 이렇게 자신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을 설명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비혼모 단체에서 일하는 인지트 역시 비슷했다. 그는 “백인 비혼모는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 쉽고 평일에 (보육시설에) 애를 맡기고 주말에 놀러 다니는 등 이런 경우가 많다. 주변에서 결혼하라고 압박하지 않는 것 같다”며 “다만 이민자 비혼모는 현지인에 비해 약간의 차별을 느끼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황이 괜찮은 편”이라고 말한다.

이에 비해 박씨가 겪은 차별은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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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비혼모라는 사실을 숨겼어요. 좀 친해지면서 털어놨더니 사장님 태도가 180도 달라졌어요. 내 잘못이 아닌데 나한테 야단치고. 애를 한 번 회사에 데려갔더니 ‘혼자 커서 그런지 애답지 않네’라고 말하더군요. 너무 화가 났지만 그만둘 수 없더군요. 애가 아파 하루 쉬려 했더니 사장 부인이 ‘아이 아픈데 뭐 하러 나와. 집에서 애 잘 돌봐’라고 하더군요. 이렇게 세 차례 실직했어요.”

박씨는 주변에 비혼모라는 사실을 밝히면 “왜 그랬어요” “어쩌다 그런 사람을 만났어요”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그는 “비혼모가 되려고 한 게 아닌데 비혼모라고 하면 모두 엄마만 욕한다”며 “정부 지원도 다문화가정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다.

아이도 아픔을 겪는다. 일부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한테 “네 엄마가 미혼모야”라고 놀림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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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드는 “50여 년 전 프랑스 싱글맘들도 지금의 한국 같은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사회적 시각이 아주 조금씩 달라져 왔다”고 말한다.

◆정부·가족 지원

인지트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정부가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정말이라는 말을 두 번 반복했다. 그는 “정부가 집을 주고, 병원비를 대준다. 학력이 낮은 비혼모는 지속적으로 직업 교육을 받게 해서 일하게 도와준다”며 “정부는 비혼모들이 일을 해서 세금을 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인지트는 “모국 모로코에서는 아기를 아주 중요시하고 (아기에게) 헌신한다”며 “내가 이상한 남자에게 홀려 임신한 게 가족들에게 수치스러웠다. 아이 때문에 애 아빠와 오래 송사를 했는데, 가족들이 고충을 듣고 ‘아기를 버리지 않을 테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라’고 받아줬다”고 말한다. 그는 “가족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비혼모의 55%가 기초수급자(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다.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왜 아이를 키우려 하느냐. 입양이 낫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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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기초수급자가 되려고 애 아빠와 연락 두절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아픔을 겪었다. 애 아빠가 주민센터 직원에게 전화로 ‘두 번 다시 연락하지 않겠다’고 확약했다고 한다. 박씨는 “나야 별문제 없지만 아이와 아빠의 끈이 끊어지는 건데 그렇게까지 하는지”라며 “세상에 가장 싫은 게 기초수급자다. 일자리만 찾으면 바로 자립하겠다”고 말한다.

박씨는 “주민센터에서 ‘어머니보다 힘든 사람이 더 많아요’라고 핀잔을 주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서영지·황수연·정종훈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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