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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의 차이 나는 차이나] 부패척결 의제 내건 6중전회…시진핑 ‘1인권력’ 공식화 하나

중앙일보 2016.10.24 01:07 종합 16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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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홍군 대장정(大長征) 80주년 대회’가 열렸다. 앞줄 왼쪽부터 장가오리 상무 부총리, 류윈산 중앙서기처 서기,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 위정성 정협 주석,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신화=뉴시스]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가 24~27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가 주목 받는 이유는 당 지도부의 대폭 물갈이와 함께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가 출범하는 19차 당대회를 1년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6중전회 무렵부터 공산당 내의 물밑 권력 투쟁이 표면화되는 경우가 많다.

당 대회 1년 앞두고 정지작업 전망
‘핵심’ 넘어 ‘영수’ 용어까지 등장
68세 은퇴 ‘7상8하’규칙 등 손질
임기 후 권력연장 열어놓을 수도
물밑 정치투쟁도 더 치열해질 듯

후진타오(胡錦濤) 2기 출범을 1년 앞둔 2006년 상하이방의 거물 천량위(陳良宇)가 실각한 것도 6중전회 개막을 보름 앞둔 시점이었다. 올해도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 ▶시 주석 퇴진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이 반(半)관영 인터넷매체에 버젓이 게재된 ‘무계신문(無界新聞) 사건’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창단 이래 초유의 대대적 개혁 착수 ▶시 주석 ‘핵심’ 추대 운동에 앞장섰던 황싱궈(黃興國) 텐진 대리서기 낙마 등이 대표적이다.

대외적으로 공표된 6중전회 의제는 ‘종엄치당(從嚴治黨)’, 즉 당내 관리와 통치를 엄정하게 한다는 뜻이다. 그 수단으로 반(反)부패 캠페인은 더욱 강화되고 ‘당내 감독조례’ 개정을 통해 제도화될 것이다.

공고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新)형세 아래에서의 당내정치 생활에 관한 약간의 준칙’(이하 신준칙)을 제정한다고 예고한 점이다. 이 준칙은 지금도 없는 게 아니다. 1980년 11기 5중전회에서 채택된 ‘당내정치 생활에 관한 약간의 준칙’(이하 준칙)이 최고규범인 ‘당장(黨章)’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며 엄연히 살아 있다.

그런데도 ‘신형세 아래(新形勢下)’란 말을 덧붙여 덩샤오핑(鄧小平) 이래 한 번도 손 댄 적이 없는 준칙을 ‘시진핑 버전’으로 새로이 만든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위상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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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 조항으로 이뤄진 현행 준칙 2조엔 “집체영도는 당 영도의 최고원칙 중 하나로 중앙에서 기층(基層)에 이르는 각급 당 위원회는 이 원칙에 따라 집체영도와 개인분업 책임제를 실행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들이 제각각 책임 영역을 나눠 갖고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는 중국 공산당 특유의 시스템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준칙’을 만들던 당시 문화대혁명을 청산하면서 1인 전제에 의한 비극을 막자는 컨센서스의 결과다.

이밖에 민주집중제 원리, 당내 선거, 상호 비판 및 자아비판, 오류를 범한 당원에 대한 당내 투쟁, 사상과 전문지식 두루 갖추기(又紅又專) 등 공산당 운영의 중요 원칙들이 망라돼 있다.

이번 6중전회에서 어느 부분을 고칠지 알 수 없지만 방향성은 추정할 수 있다. 20년 가까이 베이징 정치를 관찰해 온 화교 출신 학자는 “36년간 이어져 온 집단지도체제의 대원칙은 유지하되 종엄치당을 내세워 총서기 1인의 권한·권력을 강화하는 규정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집중’원리 가운데 ‘민주’보다 ‘집중’을 강화하는 쪽이 될 것이란 얘기다.

6중전회를 앞둔 관영매체들의 보도가 부쩍 ‘핵심’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인민일보가 펴내는 반월간 ‘인민논단’ 최신호(18일자)는 1만5596명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시진핑 총서기가 가진 영수(領袖)로서의 자질이 대다수 간부·대중으로부터 인정받고 있으며, 사회각계에서 시 총서기의 ‘핵심’ 지위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영 광명일보도 이달 9일자에서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핵심은 공산당이고, 공산당의 핵심은 당중앙이며 당중앙의 핵심은 총서기”란 내용의 논설을 실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핵심 추대론에서 한발 더 나아간 ‘영수’ 용어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6중 전회에서 논의돼 공식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6중전회에서 ‘7상8하(七上八下)’ 규칙을 바꾸기 위한 정지작업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7상8하’는 정치국원(25명)이상 간부는 당 대회 때 만 68세를 넘기면 물러나야 한다는 불문율이다. 2002년 생겨난 이래 한번도 예외가 없었다.

이를 따르면 현 상무위원 7명 가운데 5명은 내년에 모두 물러나야 하지만 69세가 되는 시 주석의 측근 왕치산(王岐山) 기율위 서기만은 유임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이게 왕 서기 혼자만의 얘기로 끝나지 않는 것은 2022년 20차 당대회 때 69세가 되는 시 주석 본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헌법상 임기가 10년(5년에 한차례 연임가능)으로 규정된 국가주석직은 내놓더라도 총서기직을 유지하며 권력을 연장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6중전회에서 어디까지 논의될지 미지수인데다 외부에 공표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내년 당대회 때까지 계속될 힘겨루기의 향배에 따라 결정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분석가 장리판(章立凡)은 “역대 사례로 볼 때 중국 후계 구도에 관한 사항은 최후의 1분을 남겨놓고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데 아직 1년이 남았고 변수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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