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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케이블 합병조차 막히는 한국

중앙일보 2016.10.24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미국 통신회사인 AT&T는 타임워너와의 합병을 통해 콘텐트 공급까지 확보하게 됐다. 이에 비해 국내는 통신과 미디어의 합병은커녕 그 전 단계인 통신과 케이블TV 합병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공정위 “시장 경쟁 제한” 불허
“글로벌 흐름 맞게 새 전략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이 대표적이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경쟁 제한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두 회사의 합병을 불허했다. 공정위가 승인하지 않으면서 통신·방송 융합 논의는 일단락됐지만 업계에서는 물밑 움직임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SKT의 장동현 사장은 인수 무산 이후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우리는 이제 베이스캠프를 차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SKT 관계자는 ‘베이스캠프’의 의미에 대해 “통신·방송 결합을 통해 콘텐트산업에서 새 활로를 찾겠다는 비즈니스 플랜이 이제 시작 단계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언제든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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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의 CJ헬로비전 인수에 강력하게 반대해 왔던 LG유플러스 내부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블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의 인수합병(M&A)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측은 통신 1위 사업자인 SKT가 CJ헬로비전 인수에 나서는 것은 경쟁 제한에 해당하지만 이통업계 3위인 LG유플러스가 나서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는 통신과 방송의 결합이라는 글로벌 흐름에 맞춰 콘텐트산업 발전대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중국과 아프리카 정도를 제외하면 성숙한 시장에서는 통신과 방송의 결합이 일반적 흐름”이라며 “탈(脫)통신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이통사와 콘텐트 소비 패턴 변화로 수익 저하에 직면한 케이블TV업체의 결합은 윈-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튜브가 국내 동영상 시장의 10%를 장악했는데 국내에서도 경쟁력 있는 거대 사업자가 출현해야 콘텐트 시장 방어도 되고 해외 시장 공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선·철강 등 전통산업들이 줄줄이 위기를 겪으면서 신산업의 등장이 절실해졌다. 통신 강국이라는 장점과 K콘텐트라는 우수한 재료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가 통신·방송 융합에 미온적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CJ헬로비전은 25일 SKT와의 합병 불발 후 처음으로 기자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합병 무산 뒤 ‘구원투수’로 등판한 변동식 대표가 직접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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