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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타임워너…방·통 융합 ‘97조 메가 빅뱅’

중앙일보 2016.10.24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미국 ‘콘텐트 갖춘 공룡 통신사’ 탄생
미국 통신업계의 거물인 AT&T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업계의 강자인 타임워너를 품에 안았다. ‘콘텐트를 갖춘 공룡 통신회사’의 탄생을 의미하는 초대형 합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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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는 22일(현지시간) 타임워너 주식을 주당 107.57달러, 총 854억 달러(약 97조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AT&T는 미국 이동통신업계 2위다. 타임워너는 유료 케이블방송 HBO, 뉴스채널 CNN, 영화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 등을 보유하고 있다.

타임워너 인수한 AT&T, 수퍼맨 등 히트 상품 확보
미 반독점당국 승인 걸림돌…양 사 “수직적 결합” 낙관
기업문화 충돌…AOL·타임워너 결별 ‘데자뷔’ 우려

AT&T는 인수대금 절반은 현금으로, 나머지 절반은 주식으로 지불한다. 인수합병(M&A)은 내년 말 완료될 것으로 AT&T는 예상했다. 합병회사는 랜들 스티븐슨 AT&T 회장이 이끌게 된다.

‘AT&T+타임워너’는 미디어 통신업계의 지각을 무너뜨리고 있는 ‘빅뱅’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웬만한 사람은 다 휴대전화를 가졌다. 이동통신시장의 성장세는 꺾이고 있다. 미디어 소비의 대세는 모바일로 대이동 중이다.

AT&T의 1차 목표는 통신업계 1위다. 타임워너의 풍부한 콘텐트를 휴대전화에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해 가입자들을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AT&T는 타임워너 산하 워너브러더스의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와 HBO TV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과 같은 인기 상품을 확보하게 된다. 배트맨·수퍼맨·원더우먼 등의 캐릭터를 탄생시킨 출판사 DC코믹스가 속한 DC엔터테인먼트도 타임워너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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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5세대(5G) 통신망의 상용화를 앞두고 콘텐트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존 버틀러 블룸버그인더스트리스(BI) 애널리스트는 “모바일·인터넷TV(IPTV) 등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인기 콘텐트를 유통하면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이번 거래가 방송·통신의 융합이라는 면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다른 경쟁 업체의 인수합병을 촉발하면서 업계의 지형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파급 효과는 이통업계에 그치지 않는다. 월트디즈니·넷플릭스 등 콘텐트 회사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AT&T의 경쟁자인 이통업계 1위 버라이즌은 다른 옵션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인터넷업체 AOL을 44억 달러에 사들인 데 이어 올해 중반 인터넷 포털업체 야후를 48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AT&T는 콘텐트를, 버라이즌은 인터넷 기술을 붙잡은 양상이다.

이번 합병엔 걸림돌이 있다. 인정사정없기로 유명한 미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이 떨어져야 한다. 게다가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즉각 합병 반대를 표명했다. 그는 “(대선 승리 시) AT&T와 타임워너의 합병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면 AT&T와 타임워너는 낙관적이다. 이번 합병이 경쟁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공급자를 사들이는 ‘수직적 결합’이라는 것이다. 전례가 있다. 2011년 미국 내 1위 케이블업체인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지상파 방송 및 영화제작사 등 보유) 인수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콘텐트 배급회사와 제작사 합병은 수직적 결합에 해당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초대형 합병엔 항상 리스크가 따른다. 무엇보다 기업 문화와 가치관이 충돌하기 일쑤다. 이렇게 되면 합병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시너지 효과는 물 건너간다.

소비자 반응도 변수다. 반면교사로 삼을 사례가 있다. 2000년 타임워너와 AOL의 합병이다. 금액만 1650억 달러(약 188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닷컴 버블이 꺼지고 시너지 창출에 실패하면서 두 회사는 9년 만인 2009년 말 결별했다. AOL은 지난해 버라이즌에 인수됐다.

쓰라린 기억 때문일까. 당시 합병의 주역인 AOL 창업주 스티브 케이스는 AT&T+타임워너 합병 소식을 듣고 트위터에 “데자뷔”라고 썼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서울=임채연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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