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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싸운 소년 만난 뒤, 155㎞ 찍은 원종현

중앙일보 2016.10.24 00:31 종합 27면 지면보기
지난 22일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2차전이 열린 창원 마산구장. NC가 2-0으로 앞선 8회 1사에서 선발 재크 스튜어트(30)에 이어 오른손 투수 원종현(29)이 마운드에 올랐다. 원종현이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에선 박수가 쏟아졌다. 그가 힘껏 던진 두 번째 공에 LG 서상우의 배트가 헛돌았다. 전광판에는 숫자 ‘155’가 찍혔다. 대장암을 극복한 원종현이 시속 155㎞ 강속구를 다시 던진 것이다.

지난해 대장암 수술 받은 NC투수
육종암 극복 중학생과 1차전 시구
2차전 8회 나와 팀 PO 2연승 지켜
NC 장현식·LG 류제국 오늘 선발

155는 원종현을 상징하는 숫자다. 그는 지난 2014년 LG와의 준PO 3차전에서 자신의 최고 스피드인 시속 155㎞의 빠른 공을 던졌다. 당시 팀은 LG에 1승3패로 졌지만 원종현은 자신의 이름을 야구팬들의 머리 속에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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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을 극복한 NC 투수 원종현(왼쪽). PO 1차전에 앞서 포수 미트를 끼고 골육종을 이겨낸 중학생 위주빈 군의 공을 받았다. 시구를 마친 뒤 마운드에 올라 위 군을 격려하는 원종현. [창원=김민규 기자]

원종현은 지난 2006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전체 11순위로 LG에 입단했던 유망주였다. 그러나 2년간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LG에서 방출됐다. 그에게 손을 내민 건 2011년 말 창단한 NC였다. 머리 위에서 공을 던졌던 그가 팔 높이를 사이드암에 가깝게 내린 뒤 구속이 몰라보게 빨라졌다. 2014년 그는 73경기(11홀드)에 나서며 NC 불펜의 핵심선수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번엔 또 다른 시련이 그를 덮쳤다. 2015년 1월 미국 스프링캠프 도중 원종현은 어지럼증을 느껴 조기 귀국했다. 검사 결과 대장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 후에도 그는 12차례나 항암치료를 받았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구토를 하면서도 혈관주사를 꼭 왼팔에만 맞았다. 공을 던지는 오른팔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다시 마운드에 서겠다는 의지로 1년5개월을 독하게 버텼다. 병마와 싸워 승리한 그는 지난 5월 31일 1군 마운드에 복귀했다. 투병생활로 인해 얼굴이 핼쑥해졌지만 날카로운 눈빛만은 여전했다. 복귀전에서 그는 시속 152㎞ 강속구를 던져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그는 올 시즌 53경기에 나와 3승3패·3세이브·17홀드를 기록했다.

지난 21일 PO 1차전에 앞서 원종현은 포수 미트를 꼈다. 이날 시구자는 김해 내동중에 다니는 야구선수 위주빈(1학년)군이었다. 2013년 육종암(팔다리 뼈·근육 등에 생기는 악성종양) 판정을 받았던 위 군은 원종현처럼 꿋꿋이 암을 이겨낸 덕분에 이날 시구자로 선정됐다. 원종현은 위 군의 공을 받은 뒤 마운드에 올라가 그를 꼭 안아줬다. 원종현이 중학생 후배에게 건넨 말은 “건강 잘 챙기고 몸을 따뜻하게 해라”였다. 이튿날 PO 2차전에 등판한 원종현은 시속 155㎞의 직구를 여러 차례 기록했다. 1과3분의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2-0 승리를 지켰다.

창원에서 2연패를 당한 LG는 벼랑 끝에 몰렸다. LG는 3차전 선발로 류제국(33)을 내세운다.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8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던 류제국은 준PO 4차전에선 2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올 시즌 세 차례 NC전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NC는 신예 장현식(21)이 선발로 나선다. 승부조작 혐의를 받아 PO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재학의 공백을 메운다. 장현식은 올 시즌 네 차례 LG전에 나와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다.

글=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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