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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손바닥만 한 보드에 코딩 더하니 세상에 없던 로봇이 나왔어요

온라인 중앙일보 2016.10.23 00:01
내 손으로 로봇을 만들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로봇을 만들고 싶나요? 상상으로나 가능하다고요? 아닙니다. 2005년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아두이노’가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줬거든요. 아두이노는 사물의 움직임을 컨트롤하고, 사물과 사물을 연결시켜주는 전자장치예요.
전자·컴퓨터공학 기술을 간단하게 압축해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죠. 회로도 등 모든 내용을 온라인에 공개해 1인 제조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도 받아요. 지난 12일, 중앙일보 청소년 매체인 소년중앙과 TONG(tong.joins.com)이 아두이노 공동개발자인 데이비드 쿠아르틸레스 스웨덴 말뫼대 교수와 함께 아두이노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Startup:Con2016’ 콘퍼러스의 하나로 마련된 자리였죠. 소년중앙·TONG 독자 25명이 함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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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에 공학기술을 활용할 수 없을까?’ 아두이노는 이 짧은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2005년 이탈리아 디자인스쿨 IIDI의 초빙연구원이었던 데이비드 쿠아르틸레스가 그 답을 찾는데 동료들과 뜻을 모았고, 아두이노를 탄생시켰죠. 소형 컴퓨터로 비유되는 이 도구는 입출력장치가 장착된 전자회로기판(하드웨어)과 이에 프로그래밍을 입력할 수 있는 전용 코딩 프로그램(소프트웨어)로 구성되어 있어요. 보드·케이블·센서 등이 함께 제공되는 아두이노 키트만 있으면 웬만한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어서 어린이부터 전문 개발자까지 인기를 얻고 있죠.

지난 12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초2~고3 소중·TONG독자 25명이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 모였습니다. “독거 어르신 이불 빨래 봉사를 하는데, 봉사자 모집이나 빨래 수거 등의 어려움을 아두이노로 해결하고 싶다”(조예원, 서울 한영외고 2),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점자 선풍기를 만들고 싶다”(최성호, 용인 언동초 6), “목적지를 설정하면 센서·GPS를 이용해 운행하는 스케이트보드를 만들고 싶다”(고예성, 김포 장기중 1)는 등의 포부를 갖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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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이노를 이용하면 어떤 로봇도 만들 수 있습니다. 워크숍이 끝나면 여러분도 자신만의 로봇을 갖게 될 거예요” 워크숍을 진행할 쿠아르틸레스 교수가 화면을 가리키며 시작을 알렸습니다. 프리젠테이션 화면엔 음악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발이 1000개 달린 벌레 로봇 등 각국 청소년이 만든 로봇들이 가득했죠. 맨 처음 아두이노를 선보인 프로젝트는 인간 로봇이었다고 해요. 온몸에 아두이노 장치를 부착한 채 음악에 맞춰 움찔움찔 춤추는 남자의 영상을 보며 참가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답니다. 최근 화제가 된 포켓몬 고 게임과 연동해 실물 포켓몬 볼을 던지면 몬스터를 잡을 수 있게 만든 프로젝트 영상도 보여줬어요. 아두이노와 함께라면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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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이노 소프트웨어를 미리 설치했는지 묻자 참가자 모두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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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도와준 쿠아르틸레스 교수.

소개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아두이노 보드 키트를 꺼냈습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아두이노 보드에는 정보입출력 장치인 마이크로컨트롤러, 전기를 공급하는 USB포트, 정보를 저장처리하는 메모리 칩 등이 장착되어 있어요. 각 부품의 성능에 따라 버전이 여럿인데 참가자들은 기본 기능이 탑재된 초급자용 ‘Genuino’보드를 이용했죠. 각자 미리 아두이노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노트북에 보드를 연결해 무언가를 만들게 되는 겁니다.

쿠아르틸레스 교수의 첫 번째 미션은 ‘LED 깜박이기’. 보드에 장착된 LED는 전원과 데이터의 송수신 상태를 확인하는 장치예요. 보드와 컴퓨터를 USB선으로 연결한 뒤 전용 코딩 프로그램에 명령어를 입력하기만 하면 되죠. 코딩 프로그램에 기본 명령 문구가 미리 적혀있고, 빈 괄호 안에 켜기(High), 끄기(Low), 1초당 깜박이는 횟수(숫자) 등을 입력해요. 너무 쉬웠던 걸까요. 25명의 참가자 모두 순식간에 1단계에 성공했습니다.

최연소 참가자 장호준(성남 보평초 2)군은 “동영상으로 볼 땐 어려워 보였는데 직접 해보니 별 거 아니다”라며 “명령어를 응용해 LED 깜박거림에 패턴을 줬다”고 자랑했습니다. 아빠가 아두이노 만드는 걸 보기만 했다는 정주호(의정부 부용초 3)군 역시 “이렇게 간단한 건지 몰랐다”며 “이제는 아빠 없이도 혼자 만들 수 있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죠.

하지만 두 번째 미션인 바람개비 회전하기에서는 질문이 쏟아졌어요. 김남혁(서울 동자초 4)군은 “올바르게 명령어를 입력했는데 반응이 없다”며 손을 들었죠. 쿠아르틸레스 교수는 “아두이노를 작동시킬 땐 꼼꼼함이 필요하다. 명령어 끝에 세미콜론(;)을 붙이거나 대소문자를 구별하는 등 사소한 것에 주의해야 한다”며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보다는 간단하지만 아두이노만의 명령어 체계를 익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어요. 바람개비의 회전 속도·강도·회전각 등에 변화를 주기 때문에 코딩도 간단하지 않았죠. 주어진 문제와 해결방법을 차분하게 생각한 후 생각을 순서화해서 차례대로 입력해야 실수 없이 성공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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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이노 워크숍에서 로봇 만들기에 도전한 25명의 소중·TONG 독자와 데이비드 쿠아르틸레스 교수(맨 뒷줄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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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포트에 케이블을 꽂아 컴퓨터와 연결하면 아두이노 보드에 전력을 공급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제 골판지·색연필·가위 등을 이용해 로봇에 옷을 입혀보세요.” 로봇의 외형을 디자인하는 마지막 미션. 무작정 종이를 자르는 참가자, 치수를 재가며 로봇 설계도를 그리는 참가자 등 각자 개성이 드러났죠. 위아래로 움직이는 바람개비에 농부의 팔을 그린 문정민(서울 상동초 5)군은 “시골에서 농부가 타작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주변에서 관찰한 내용을 로봇 만들 때 활용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LED조명과 음향기계를 이용해 신호등을 만든 임채이(서울 신용산초 6)양은 “이렇게 간단히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니 신기하고 뿌듯하다”고 말했죠. 똑같은 동작도 활용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변신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쿠아르틸레스 교수는 “아두이노의 또 다른 매력은 공학과 디자인의 결합”이라며 “평범한 일상에 기술을 덧붙여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미래가 요구하는 창의성”이라는 설명으로 두 시간 가량의 워크숍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두이노는 우리 모두를 로봇 공학자로 만들어줬습니다.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죠. 혹시 ‘아직 나는 준비가 덜 됐어’라는 마음에 망설이는 소중 친구가 있다면 지금 당장 아두이노 홈페이지(www.arduino.cc)에 접속해 보세요.
아두이노(Arduino)
데이비드 쿠아르틸레스와 마시모 반지 등 공동창업자 5명이 2005년 오픈소스(설계·회로도 공개) 형태로 공개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아두이노
보드를 연결한 컴퓨터에 아두이노재단(arduino.cc) 홈페이지에 공개된 전용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구현하려는 기능을 코딩하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다.

글=이민정 기자lee.minjung01@joongang.co.kr,
진행=이경희·황정옥 기자, 이다진 인턴기자,
사진=최정동 기자choi.jeongdong@joongang.co.kr, 한국콘텐츠진흥원
아두이노 공동 개발자 인터뷰
원하는 대로 뜯고 바꾸며 창의력 키우세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과학기술’ 쿠아르틸레스 교수가 말하는 아두이노의 성과입니다. 2005년 개발 이후 지속적으로 인기를 높이고 있는 아두이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요. 앞으로 아두이노는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아두이노 워크숍이 끝난 뒤 참가자들이 쿠아르틸레스 교수에게 물었습니다.

―아두이노는 무슨 뜻인가요.

“아두이노는 이탈리아 초대 왕 ‘Arduin of Ivera’의 이름에서 따왔어요. 아두이노 개발을 시작했던 디자인스쿨이 왕의 고향인 Ivera(이베라)에 있거든요. 그곳에서는 상점·광장 등에 아두이노라는 이름을 사용해요. 저 역시 아두이노라 불리는 가게에 자주 들르곤 했죠. 우리가 만든 하드웨어를 누구나 쉽게 사용했으면 하는 마음에 아두이노라 이름 지었습니다.”

―아두이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아두이노 관련 도구를 오픈소스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뜯고, 바꾸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두의 바람을 충족시켜줬죠. 덕분에 학교에서도 무료로 가르칠 수 있었고, 학생들은 아두이노를 통해 창의력을 기를 수 있었어요. 또한 컴퓨터 기술을 몰라도 흥미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어서 사람들에게 빠르게 알릴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8년부터 코딩을 학교 정규 교과목으로 배우게 되는데요.

“기대도 되고 우려도 됩니다. 정규화시키고 필수과목으로 만드는 것 자체에 위험 요소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뭐든 강압적으로 하면 반발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컴퓨팅 사고력, 즉 주어진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을 우선하는 SW수업 방식을 만들고, 학생들이 즐길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거예요.”

―아두이노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합니다. 무엇이든 다르게 보고 생각지도 못한 조합을 만들기도 하죠. 아두이노가 아이들이 상상한 것을 실현시켜 주고, 창의적인 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영어에 익숙해지세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언어는 모두 영어입니다. 또, 질문하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궁금한 것이 있다면 항상 답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물어 보세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한 단계씩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글=김현준(경기모바일고 3)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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